자투리땅 도시농업 탄소발자국 6배
운영 기간 짧아 자재 교체 잦은 탓
기자곽노필
- 등록 2024-02-06 09:30
도시 곳곳에 있는 자투리 땅을 이용하는 도시농업의 이점 가운데 하나는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가는 이동 거리가 짧다는 점이다. 이는 농산물의 신선도를 높여줄 뿐 아니라 운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덧붙여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재배에서 유통, 소비에 이르는 농산물 수명 주기에 전반에 걸쳐 비교한 결과, 도시 농업이 일반 농업보다 기후에 더 친화적인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북미와 유럽의 5개국(미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영국) 73개 도시농업 현장을 조사한 결과, 도시농업을 통해 재배한 과일과 채소는 일반 농업보다 1인분당 탄소발자국이 6배 높았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수직 농장이나 옥상 온실과 같은 에너지 집약적 첨단기술 농업이 아닌 자투리땅을 활용하는 야외 도시농장과 정원 등에서 재배되는 도시농업 작물을 대상으로 했다.
1인분당 배출량 0.42kg 대 0.07kg
연구진은 도시농장과 정원 재배에 동원되는 자재 및 경작 활동과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이를 일반 농업으로 재배한 식품과 비교했다.
그랬더니 1인분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도시농업 식품은 0.42kg인 반면, 일반농업 식품은 0.07kg으로 6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도시 농업 현장에 투입되는 것들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재배용 상자나 창고 같은 기본 인프라, 둘째는 퇴비나 비료, 덮개용 비닐 같은 소모품, 셋째는 관개용수다. 연구진은 “도시 농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의 대부분은 농장 건설과 유지에 사용되는 자재, 즉 인프라에서 나온다”며 “그러나 도시농장은 대개 몇년 동안만 운영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재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도시농업 탄소배출 줄이는 세가지 방법
연구진은 그러나 도시 농장 73곳 중 17곳은 일반 농장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은 걸 확인했다.
연구진은 그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폐건축자재나 음식물 찌꺼기 등의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둘째는 일반 농업으로 재배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작물을 도시농업으로 돌린 경우다. 예컨대 상하기 쉬워서 비행기로 운송해야 하는 아스파라거스 같은 농산물을 도시농업으로 재배하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도시 농장에서 생산하는 토마토는 에너지 집약적인 대규모 온실 재배를 통해 생산되는 토마토보다 탄소배출량이 적다. 이런 농산물을 사서 먹는 대신 소규모 텃밭 등에서 직접 재배하는 방법도 있다.
셋째는 도시 농장을 다른 용도로 개발하지 않고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새 기반시설을 구축할 필요가 없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연구진이 이번 연구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사실 이 세가지 요소를 진작시켜 도시농업의 장점을 더욱 살려나가자는 데 있다. 연구진은 신선한 농산물, 지역 공동체 구축, 도시 속의 자연 생태계 제공, 도시 열섬 효과의 완화 등을 그 사례로 꼽았다
*논문 정보
DOI 10.1038/s44284-023-00023-3
Comparing the carbon footprints of urban and conventional agricultur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출처 : 한겨레
기사원문 :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1273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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