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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농사] #3. 문턱 높은 식품위생법, 안전도 산업도 못 챙기는…

KBEP 2024. 2. 4. 04:21

입력 2024.02.03 06:30

토종 곡물로 토종 선식가루 만들기, 불가능하진 않지만 참 어렵네

식품위생법, 농민의 식품가공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

'6차 산업화'라는 대안은 분명하지만... 농정 당국은 한가롭다

'내:일의 농사' 세 번째 글은 토종 곡물로 만든 토종 선식가루 이야기다. 말로는 간단하게 보이지만, 실제 제조나 유통으로 들어가면 복잡다단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식품위생법은 까다롭게 지켜져야 하지만, 6차산업의 근원이 되는 농민의 식품가공 참여에는 높은 장벽으로 작동한다. 오히려 소수의 식품자본이나 유통자본에게 유리한 법으로 기능한다. 쇠퇴하는 농어업의 대안으로 '6차산업화'를 이야기하지만 구호만 난무하는 것은 아닌지, 토종 곡물을 앞에 두고 남해 농부는 고민이 깊다. [편집자 주]

 

토종 곡물로 만든 토종 선식가루. 말로는 간단하게 보이지만, 실제 제조나 유통으로 들어가면 복잡다단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식품위생법은 까다롭게 지켜져야 하지만, 6차산업의 근원이 되는 농민의 식품가공 참여에는 높은 장벽으로 작동한다. 오히려 소수의 식품자본이나 윧통자본에게 유리한 법으로 기능한다. 사진은 필자와 지인들이 직접 농사 지은 콩(토종 메주콩, 토종 아주까리 밤콩)과 그 콩으로 만든 선식가루다. / 사진=구자원 출처 : 피렌체의 식탁(http://www.firenzedt.com)

 

농업의 대안 6차산업화, 그런데 가공장 날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은 토종 곡물로 토종 선식가루를 만드는 것이다. 나와 주변의 언니들이 틈틈이 농사지은 귀한 곡물로 부가가치를 높일 방도 중 하나로 고민을 시작했다. 밥을 잘 해먹지 않는 오늘날의 식생활 문화에 ‘바쁜 아침의 요깃거리로 토종 곡물 선식만큼 좋은 게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만든 상품이다. 작업은 지역의 농산물가공센터에서 하기로 했다. 시중에서 합법적으로 유통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며칠 전,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여 가공장으로 갔다. 날짜 결정은 순전히 가공센터의 사정에 따른 것이다. 다른 농민들이 사용하는 날이나 청소작업이 있는 날은 사용이 불가하므로 점집에서 택일하듯 달포 전에 미리 잡았다. 이용에 따른 교육은 미리 받았고, 난생처음 보건증을 발급받아 제출했으며, 가장 중요한 농업경영체 확인증도 챙겼다.

가공센터는 매우 깨끗하고 다양한 식품기기들이 있었으며, 직원들도 친절했다. 시범가공에 참여하는 농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최적의 레시피를 만들고자, 하나의 공정마다 무게를 달고, 맛을 보며 데이터화 했다. 찌고 건조하고 볶아서 분쇄하는 데 거의 하루가 걸렸다. 마지막 공정으로 혹시 모를 쇳가루를 분리하는 작업까지 야무지게 마무리했다.

농산물가공, 줄여서 농가공.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개념이다. ‘6차 산업화’의 이름으로 농민이 주도하는 농가공을 처음 이야기한 것이 1990년대였다. ‘6차 산업화’는 일본 도쿄대의 이마무라 나라오미 교수가 ‘농업 개방’의 파고를 겪던 일본에서 농업생산만으로는 농민이 살아남기 어렵다며 주창한 개념이다. 이마무라 교수는 1차산업인 농업을 2・3차산업과 연결지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1차+2차+3차=6차산업이 되는 것이 아니고, 1차×2차×3차=6차산업이 되는 것이라고,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2・3차산업에 주력하게 되어 1차산업이 소홀해지면 도로 0이 되어 농업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1차산업인 농업을 기본으로 확실하게 두고 2・3차산업과 연결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아직도 농가공에 접근할 때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6차 산업화: 농업의 범위를 단지 1차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2차 제조업(식품·특산품 제조·가공), 3차 서비스업(유통·판매, 문화·체험·관광 서비스)과 연계해 추진함으로써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활동. 또한 동시에 농가의 소득도 높여 나가자는 전략을 일컫는 말이다.

 

요지부동 식약처, 농민들은 시름이 깊다

‘농업 개방’은 일본만의 일이 아니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으로 농산물시장이 개방된 우리나라도 농업에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농업통계를 보면 90년대부터 농민 숫자나 농업소득 등에서 큰 변화가 시작됐다. 대개 나쁜 방향으로 변화였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의 6차 산업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농업과 가공·관광·음식· 숙박 등의 산업을 연관해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시도도 확산되었다. 그 결과 농촌관광, 농촌체험 등의 분야에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상품이 나와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에 비해, 농민이 생산한 자가농산물로 가공하는 영역에서는 변화되어야 할 제도나 과제가 아직도 많다.

농민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공품으로는 주로 장류, 잼류, 청, 분말류(고추가루, 미숫가루 등) 등이 있다. 그런데 이 가공품들은 까다로운 식품위생법의 규정으로 인해서 농민의 가공 참여가 힘들다. 최소한 즉석 가공식품제조 허가를 받아야만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즉석가공식품은 즉석가공장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다. 장소를 옮겨서 다른 매장에서는 판매가 불가능하다. 농민들이 농사지어서 방앗간에서 고춧가루를 빻아도 지역의 로컬푸드 매장에 납품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의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에 샵인샵 형태의 매대에 농산물만 오르고 가공품이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농민들 손에는 고춧가루가 있어도 판매할 수가 없고, 소비자들은 중국산이 아닐까 의심하면서 고춧가루를 사먹는 이 기묘한 현실은 식품위생법에 기원이 있다. 100~200평에 노지 고추를 심는 농민 중에 즉석가공식품 허가를 내고 시설을 구비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이렇게 현실을 외면한 법을 좀 고쳐보자고 토론장을 열어도 식약처는 요지부동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농산물 시장개방의 파고를 넘어 농민들도 가공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농정당국은 충분한 인프라를 만드는 데 소극적이다.

물론 식품위생법은 까다롭고 매우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윤을 최대로 남기고자 하는 자본의 속성상 먹거리로 장난을 치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먹거리의 안전성에 관해서는 몇 번을 강조해도 과함이 없다. 그런데 오늘날 식품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는 대부분 값싼 수입농산물을 원재료로 한 제품들에서 많이 일어난다. 자, 수입농산물의 안전성은?

 

그래서 식품위생법은 누구를 위하나?

그런 점에서 비교적 안전성이 검증된 우리 농산물로 농가공 참여가 가능하도록 예외조항과 방도를 찾아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하는데, 문턱 높은 식품위생법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농민들의 요구로 전국의 70여 지자체에서 농식품 가공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으나 상위법인 식품위생법에 가로막혀 제힘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6차 산업’을 그렇게 목놓아 외쳐도 농가공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민들을 만나기 어렵다. 물론 그 대책으로 농업기술센터에서 어렵게 공공 농가공센터를 운영하지만, 농민들 사정에서 보면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 하기 어렵다. 멀고, 다수 대중이 이용하기 어렵고, 몇 가지 품목에 국한된 가공영역이라 그렇다. 그러니 여전히 식품 가공은 자본의 안마당이고, 소농의 참여는 요원한 일이다.

장사와 농사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업종의 본질이 다를뿐더러 종사하는 사람들의 성정도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장사와 상인은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를 재빠르게 인식하고 대응하는 순발력과 기교가 미덕이다. 그에 비해 농사와 농민은 우직함과 정직함이 가장 큰 도구다. 그러니 이마무라 교수가 ‘농업 개방’의 대안으로 ‘6차 산업’을 주창하며 덧붙인 말처럼, 농민들의 농가공은 소비자에게 훨씬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어려운 농가 경제의 또 다른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오늘날 농가 경제는 기후위기와 더불어 바닥을 치고 있고, 농민들은 부득불 농사규모를 늘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니 소농들의 설 자리는 더욱 줄고, 귀농자들도 대농・전업농의 길에 들어서지 못해 먼발치에서 바라보다 돌아서는 꼴이다. 그렇다고 대농의 살림살이가 괜찮은 것도 아니다. 경지 규모 상위 1%(3만평)가 농업소득으로 겨우 가계비를 충족하는 수준이다. 이제 농민은 줄다가 못해 사라질 지경이다. 농정당국이 6차 산업 홍보에 쏟아부은 그 노력만큼 현실 법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다면 이렇게까지 왔을까? 소농의 농가공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 말이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시중 방앗간에서 빻은 토종 선식가루로도 시장에 출시가 가능하다면, 달포 전에 예약을 해서 가공장을 이용하는 번거로움 정도는 덜 수 있을 텐데…, 누구를 위한 식품위생법인지 하는 생각이 웃자라고 또 웃자랐다.

글쓴이 구자원은

경남 남해에서 마늘농사를 짓고 있다. 여성농민 생산자협동조합 언니네텃밭 운영위원장이다. 농촌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 도시로 이주했다가 결혼하고서부터 농촌에서 살고 있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농민이 농업의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출처 : 피렌체의 식탁(http://www.firenzedt.com)

기사원문 : https://www.firenzedt.com/news/articleView.html?idxno=30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