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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시대 - 농업의 대전환은 가능한가-3] 1%의 힘

KBEP 2024. 1. 28. 18:40
  • 기사입력 2024.01.26 12:03
  • 기자명유재흠 / 부안우리밀영농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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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밀 자급율은 1%이다. 2023년 생산량으로는 2.5%정도 되지만 소비량은 1% 수준이다.

1%를 자급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겨우 1%를 가지고 식량 자급을 얘기할 수 있을까?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에서 바구미실험을 했다. 국산밀가루에 들어간 바구미는 3일이 지나도 잘 살아있었는데 수입밀에 들어간 바구미는 모두 죽었다. 10년이 지나 같은 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모두 죽지 않았다. 

나는 소비자간담회 때 국산밀의 안전성을 설명하면서 이 얘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수입밀에서 바구미가 죽지 않는다는 사실에 간혹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분들도 있다. 국산밀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커서일 것이다. 

하지만 수입밀도 바구미가 죽지 않을 만큼 안전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밀살리기 운동은 우리밀의 자급율을 회복하자는 운동으로 출발하였지만 강력한 먹거리안전운동이기도 했다. 국산밀과 수입밀의 비교에서 바구미실험으로 상징되는 안전성 문제는 아주 민감한 이슈였고 정부와 수입업자, 제분업자와 수출국도 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한국제분협회 홈페이지(보통 이런 종류의 홈페이지는 형식적으로 운영되는데)에 들어가면 많은 부분을 농약, 방부제, 표백제등 안전성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1%의 국산밀이 만들어낸 힘이다.

 

내가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 벼농사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이른바 고밀도 밀식재배가 일반화되어 있었다.

1평당 몇 포기의 벼가 심어지는가를 표시하는 단위로 ‘주’수를 쓴다. 90년대 초 한 평당 90주를 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줄과 줄 사이의 간격은 30센티로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포기와 포기 사이의 거리는 조절이 가능한데 90주의 포기당 간격은 12센티이다. 한 포기당 벼종자의 개수도 7~8개 많으면 10여 개까지 들어갔다. 

못자리를 만들 때 모판에 볍씨를 뿌리면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두껍게 종자를 쳤다. 이런 방식으로 모를 심으면 벼가 자라면서 공기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밑둥지가 썪는 문고병에 걸린다. 적어도 3번, 많으면 5번 이상 독한 농약을 뿌려야만 문고병과 혹명나방, 이화명나방, 도열병, 흰잎마름병, 멸구 등 각종 병 해충을 피할 수 있었다. 

때로 시기를 놓치면 병해충으로 농사를 망치기도 하였다. 얼마나 부지런히 농약을 많이 뿌렸는지와 얼만큼 많이 비료를 넣어 다수확을 했다는 것이 무용담이 되었다. 

지금은 이런 방식으로 벼농사를 짓는 사람은 없다. 비료와 농약 종자를 많이 넣으면 일정량을 넘어가면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벼를 60주 정도로 심고 있으며 농약도 2회 이상 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측조시비를 통해 비료의 사용량도 예전의 80%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친환경 농법에서 하고 있는 소식재배(적게 심는 재배방식)가 큰 영향을 끼쳤다. 친환경 벼농사의 핵심은 소식재배이다. 1200평당 40키로씩 사용하던 종자의 양을 6키로로 줄이고 심는 거리를 25센티까지 넓게 했다. 한 포기에 1~3개 정도의 모가 심어졌다. 지나가는 농가들이 모두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벼는 자라면서 충분히 새끼를 쳐서 많은 줄기를 확보했고 줄기마다 일반재배의 두 배나 되는 이삭이 피어났다. 이삭당 250개까지 벼알이 달렸다. 무엇보다 문고병을 비롯한 일체의 병이 달려들지 않았다. 알곡은 실하고 벼를 도정하여 쌀로 만드는 비율인 도정수율도 5% 이상 증가하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못자리가 다소 번거롭기는 하였으나 더 이상 벌겋게 병들어가는 논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지 않아도 되었다. 저질소 소식재배는 지나가는 농민들의 입을 통해 번져나갔다. 주변의 관행재배농가들도 지금은 60주 이상 모를 심지 않는다. 그래도 수확량은 줄지 않았고 좀더 안전한 쌀이 생산되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한국의 벼재배를 모두 친환경 재배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유재흠 / 부안우리밀영농조합 대표 출처 : 바른지역언론연대(http://www.bjynews.com)

 

친환경농업 인증비율이 4%수준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4%의 친환경 농업이 한국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식을 넘어 생산방식에 있어서도 과도한 투입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되어가고 있다.

1%와 4%의 힘은 결코 작지 않다.  

출처 : 바른지역언론연대(http://www.bjynews.com)

기사원문:https://www.bj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