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예로부터 소는 우리 생활에 좋은 영향을 줬다. 논밭을 매는 파트너이자, 우유와 고기 등 식재료를 주는 생산원이었다. 다 자란 소는 송아지를 낳고 비싼 값에 팔리는, 든든한 재산이기도 했다. 그래서 농가는 대부분 소를 한두 마리씩 키웠다. 소를 수십에서 수백 마리씩 키우는 대규모 축산가도 속속 등장했다. 우리나라 소, 한우는 전국에 약 350만 마리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규모 축산가는 이내 고민에 빠졌다. 소의 건강을 지키고 번식을 잘 하도록 유도할 방법이 마땅찮았다. 소를 기르는 환경의 최적화 기술과 소에게 먹일 사료 기술은 발전했지만, 건강과 번식을 다루는 기술은 그 만큼 발전하지 못한 탓이다. 전염병을 막거나 대비하지 못해 소들이 많이 죽는 일도, 갓 태어난 송아지가 관리를 받지 못해 죽는 일도 빈번했다. 발정 시기를 놓쳐 수정을 못 하는 일도 그렇다.
우리 삶 속의 수많은 불편을 해결하고 새로운 편의를 만들어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이런 축산가의 고민을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 나왔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육성 스타트업 ‘팜프로’다.
박병옥 팜프로 대표는 자신의 기업을 ‘축산 ICT 전문 스타트업’으로 소개한다. 소의 체온과 활동량 등 데이터를 10분 단위로 실시간 측정하는 ‘전자 이표(소의 귀에 거는 귀걸이 모양 센서)’가 주요 기술이다. 전자 이표로 소의 데이터를 모으고 인공지능 분석, 소의 건강 상태와 발정 유무와 출산 시기를 농장주에게 알리는 서비스 ‘팜플러스케어’를 제공한다.
박병옥 대표는 과거 15년 이상 축산 농장을 운영한 농장주였다. 그 역시 여느 농장주처럼 매일 아침 소들을 찾아가 아픈 소나 발정한 소가 있는지 살피는 것이 일과였다. 아픈 낌새를 보이는 소를 보면 체온부터 재고 수의사에게 연락해 살폈다.
하지만, 눈으로 소의 건강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소가 수십~수백 마리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수의사가 농장에 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고, 그 사이 소의 병이 악화되는 일이 잦았다. 발정한 소 역시 뒤늦게 발견하거나 조치한 탓에 수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박병옥 대표는 2016년 농장주에서 연구원으로 변신한다. 소의 건강 상태를 살필 기술을 개발, 당시 20%에 달하던 송아지 폐사율은 줄이고 30% 남짓에 불과하던 수정률은 높일 목적에서다. 이것이 한우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도 생각했다. 충청남도 서산의 한우 개량 사업소에서 약 2년 동안 연구한 끝에, 그는 소의 체온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토대로 2018년 팜프로를 설립한다.
팜프로의 기술력을 더욱 튼튼히 할 임직원도 모였다. 연구소장은 통계전산, 데이터 인공지능 전문가다. 젊은 인공지능 연구원도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기술을 고도화했다. 팜프로의 임직원은 모두 가축의 수정과 사육, 관리 경력을 가진 농장 전문가다. 현장 경험에 개발 기술력을 더한 덕분에, 팜프로는 데이터 수집 분석과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한다. 박병옥 대표는 뉴질랜드를 포함한 축산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 개발 의뢰를 받을 정도로 팜프로의 기술력이 우수하다고 강조한다.
팜프로가 만든 전자 이표는 소의 체온을 오차 범위 0.1℃ 이내로 정밀하게 측정한다. 체온 혹은 활동량, 어느 한 쪽만 측정하는 기기와 달리 이 두 요소를 모두 측정한다. 본체 안의 온도 센서와 3축 가속도 센서 덕분이다. 통신 기능도 갖춰 소의 체온과 활동량 데이터를 서버로 실시간 전송한다.
소의 몸에 이상이 생기면 체온이 0.5℃ 이상 변하고 움직임도 둔해진다고 한다. 즉, 체온 변화 외에 활동량까지 살펴보면 소의 이상 징후를 미리 발견 가능하다. 나아가 이를 분석하면 소의 몸에 어떤 이상이 생겼는지를 가늠한다. 농장주가 매일 아침 소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정확하고 편리하다.
소의 체온과 활동량은 질병뿐만 아니라 발정에도 영향을 준다. 이것을 제 때 파악해 수정을 하면 수정률을 높이고 더 많은 송아지를 얻는다. 팜프로는 팜플러스케어로 관리한 덕분에 소의 폐사율은 30%에서 단 2%로 줄였고, 수정률은 30%에서 60%까지 두 배 올렸다고 말한다. 그 덕분에 이 기술을 도입한 축산가는 연간 평균 7,000만 원의 이익을 더 거둔다고도 강조했다.
이 제품은 크기가 작고 이표 형식이라 소의 몸에 달기 쉬우며 장착 후 6년간 쓸 정도로 수명도 길다. 반면, 가격은 활동량만 측정하는 제품의 30%에 불과하다. 팜프로의 전자 이표는 축산 ICT 기기 가운데 유일하게 신기술 인증을 받았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추천을 받아 패스트트랙 절차를 거쳐 조달청 혁신 제품으로도 등록됐다.
팜프로의 기술력과 팜플러스케어의 성과를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주목했다. 2022년 전국의 축산 농장 30여 곳에 팜프로가 기기 1,500여 대를 공급하도록 도왔다. 암소의 발정과 번식 데이터 확보도 지원했다. 팜프로는 이 데이터를 기술로 만들어 아르헨티나와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축산 선진국으로부터의 개발 의뢰를 받았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팜프로는 2023년, 송아지의 질병을 다루는 기술을 함께 연구 중이다. 송아지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이 기술 역시 세계 축산 선진국에 공급 예정이다. 이미 아르헨티나와 대규모 기술 공급 계약을 맺었고, 호주 파트너 육우 농장에 송아지 질병 관리 솔루션도 설치했다.
박병옥 대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포함한 파트너와 함께 소의 건강을 지킬 기술을 꾸준히 고도화 중이다. 정부 과제의 도움도 받아 소 1,000두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도 진행 중이다. 이런 대규모 실험을 하려면 자금이 많이 든다. 실험 진행과 결과 수집, 분석 모두 어렵지만, 파트너와 함께 차근차근 해결 중이다.
팜프로는 모든 기술을 현장에서 실험하고 성과를 단계별로 검증해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다. 축산가의 불편을 해결하고 발전을 이끌려면, 나아가 한우의 가치를 높이고 세계 시장에 소개하려면 신중하게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론을 내세운다.
축산가를 도울 또 다른 정보통신기술의 연구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팜프로의 후속 연구 기술은 암소의 번식 효율을 높일 배란 시기와 임신 진단 키트다. 지금은 소의 피를 뽑아 임신 유무를 검사한다. 이 과정을 간소화하면 소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일 것이다. 인공 수정 기기도 최근 개발을 마쳤다. 이 기기는 동물 의료기기 인증을 받을 정도로 안전하다.
소의 체온과 활동량 데이터를 분석, 이상 유무를 농장주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농장주가 가장 잘 대응하도록 돕는 기술도 개발을 마쳤다. 이 기술을 활용해 소의 질병과 전염병, 발정과 수정, 분만 등 모든 사육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박병옥 대표의 도전 과제다. 이 플랫폼을 세계 축산가에 공급해 세계 축산 질병 지도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고도의 클라우드 환경도 준비했다.
팜프로는 우리나라 축산가와 한우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도 제시한다. 소의 출생과 사육, 도축 등 전주기의 데이터를 확보해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질병 없이 순탄하게 태어나 좋은 먹이를 먹고 잘 자란, 덕분에 항생제나 약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청정 한우라는 점을 증명한다. 이 한우에 프리미엄 인증을 붙여 세계 각국의 고급육 시장을 공략할 목표를 세웠다.
세계 각국의 축산가와 농산업계는 송아지의 건강을 다루는 기술을 연구 개발 중이다. 하지만, 진전이 더디다. 팜프로는 세계 수위의 송아지를 다루는 기술력을 가졌다고 강조한다. 데이터 분석 기술에 축산 현장의 경험을 더해 세계를 선도하는 축산 ICT 전문 스타트업이 되는 것이 팜프로의 목표다. 이를 위한 싱가포르 거점도 만들었다.
박병옥 대표는 “스마트 축산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정보통신기술 강국인 우리나라의 역량을 발휘해 축산업과 연결하면, 충분히 축산 융합 ICT 강국 지위를 거머쥘 수 있다. 팜프로는 데이터 분석과 현장 경험을 앞세워, 우리나라가 스마트 축산 선도국이 되는데 힘을 보태려 한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
출처 : 동아닷컴
기사원문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494376?sid=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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