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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garia Love/불가리아 한국 뉴스

"남해 속 불가리아 음식 즐겨보실래요?"

KBEP 2022. 9. 21. 09:05
  • 주성희 기자 (hear@idomin.com)
  •  입력 2022-09-19 18:17 월
유학 경험 정통 음식점 문 열어
유행 좇지 않고 기계 특성 살려
특별한 홍보 없어도 손님 찾아
귀촌살이 남편·이웃·자연 함께
"일 힘든 것 감내할 만큼 행복해"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해안가는 태풍을 막아주는 방풍림이 우거져있다. 방조어부림이다. 남해군에서 가장 큰 해안 숲이다. 불가리아 음식 전문점 '유즈노모레' 마당에 자리를 잡으면 방풍림이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걸 볼 수 있다. 날씨가 선선해진 요즘 유즈노모레를 찾는 손님들은 건물 안보다는 마당에서 시간을 보낸다. 마당 바로 앞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다. 도심에서 지친 눈을 정화해준다. 방풍림이 가을에 잎을 다 떨어내고 나면 그 사이로 남쪽 바다를 볼 수 있다. 

유즈노모레를 이끄는 부부는 사계절을 다 겪어 이제는 남해가 주는 선물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다. 유즈노모레가 주는 기쁨엔 자연풍광만 있지 않다. 불가리아 음식과 커피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전한나(34) 대표는 "주요 음식부터 컵 받침까지 제 손이 닿지 않는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손님들이 몰려오기 전 틈을 타 전 대표의 남해살이를 들어봤다.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 있는 불가리아 음식점 '유즈노모레'. 전한나·조용현 부부가 이곳을 함께 이끌고 있다. /주성희 기자

◇불가리아에서 남해까지 = 유즈노모레는 '남쪽 바다'라는 불가리아어다. 유즈노(Южно)가 남쪽, 모레(море)가 바다다. 전한나 대표는 고교 시절을 불가리아에서 보냈다. 전 대표는 불가리아가 남해와 비슷한 정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불가리아 주민들은 무엇보다 여유롭고 정이 많았다. 전 대표는 이방인임에도 배척당하지 않으며 주민 사랑을 받으며 지냈다. 불가리아 음식이 입맛에 맞은 것도 잘 지낸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전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불가리아 음식을 찾아 먹으러 다녔다. 하지만 한국식과 융합한 맛을 보여줄 뿐이었다. 그때부터 전 대표는 집에서 불가리아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향신료도 누리 상점에서 손쉽게 구매했다. 전 대표는 "이 맛이지"라며 무릎을 쳤다. 마침 남편인 조용현(35) 대표도 불가리아 음식을 좋아해 부부는 불가리아 음식에 점차 매료됐다.

불가리아 음식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음식점을 차리기는 쉽지 않았다. 이 부부가 불가리아 음식점까지 차리게 된 건 우연의 일치처럼 맞아떨어졌다. 지금 유즈노모레 자리는 조용현 대표 할아버지·할머니 거주지였다. 결혼 전 남해를 방문한 전 대표는 일찍이 남해에 반해버렸다. 전 대표는 "노후는 남해 물건마을에서 보내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리고 결혼 후 집안 사정으로 부부는 2015년 일본으로 떠났다. 2020년 초까지 지내다 코로나19가 일본에도 불어닥쳤다. 고립될 것 같은 불안감에 부부는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부부는 한국에서 복잡한 대도시에 살고픈 마음이 없었다. 전 대표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불가리아·일본에서 지내며 바쁘고 복잡한 도시가 자기와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부부가 일본에서 지낸 곳은 나고야 인근 농촌지역이었다. 그곳에서 전 대표는 복잡하고 바쁘게 하루를 보내기보다는 일상 주변 모습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 서울에서 화려한 겉모습에 신경 썼던 전 대표는 "꾸밈없이 나답게 나대로 사는 게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런 전 대표는 서울이나 부산에서 사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러 고민 중 '남해로 가서 불가리아 음식점을 하며 지내볼까'도 포함돼 있었다. 때마침 조부모 살던 집으로 와보지 않겠느냐는 부모님 제안이 있었다. 전 대표는 "돌이켜보면 남해로 오려고 모든 일이 진행된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며 웃음 지었다.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 있는 불가리아 음식점 '유즈노모레'는 불가리아 노점 형태를 구현했다. /주성희 기자

◇남해 속 불가리아 = 물건마을에 있는 조부모 댁으로 막상 오니 집은 폐허와 다름없었다. 집이 지닌 모양은 최대한 살리되 지붕을 살짝 높여 가게로 꾸며나갔다. 그때 생각한 게 불가리아의 '클렉숍(Klek shop)' 형태다.

전 대표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점상 모습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클렉은 무릎을 구부려야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불가리아에서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벗어난 1990년 이후 여러 사업이 성행했으나 시내 공간은 부족했다. 그때 잘 쓰이지 않던 지하 공간이 활용되며 클렉숍으로 발전했다.

전한나·조용현 부부는 가게 세우는 데 1년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전 대표는 "무슨 무모한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가게를 탐방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유행을 좇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전 대표와 조 대표가 꾸민 '유즈노모레'는 그들이 원하는 그림대로 잘 이뤄져 있다. 벽은 전체적으로 하얀색, 가구와 문은 갈색이라 공간이 주는 느낌이 부담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가게 곳곳에 쓰여있는 유즈노모레는 전 대표 손글씨다. 그가 손님에게 전하고픈 마음이 가득 담겼다.

전 대표는 "내가 남해에 와서 편안하고 따뜻했던 것처럼, 손님들도 유즈노모레에서 그 느낌을 받아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부부는 손님에게 내는 커피 한 잔, 음식 한 조각에 정성을 쏟는다. 불가리아 대표 음식 요거트도 전 대표 손에서 직접 나온다. 전 씨는 "계절별로 준비하는 음식이 다른데 지금은 청귤 에이드가 계절 한정 음료"라며 "그래서 차림 판이 자주 바뀐다"고 말했다.

유즈노모레 대표 음식 중 하나는 '불독'이다. 불가리안 핫도그(Bulgarian Hotdog)를 줄여 쓴 말이다. 케밥체·감자퓨레, 그리고 남해마늘로 감칠맛을 살렸다. 여기에 불가리안 소스 류테니차가 어우러졌다. 전 대표는 "불독 만들 때 불가리안 향신료 배합 때문에 남편과 주변 이웃들, 가족들에게 많이 먹였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음식 하나하나 많은 투자와 고민을 들였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불가리아는 샐러드를 곁들여 먹는 식습관이 있다. 유즈노모레도 이를 반영했다. 숍스카살라타는 토마토·오이·양파, 구운 피망과 시레네 치즈를 듬뿍 담은 샐러드다. 

전 대표는 "불가리아 손님이 왔을 때 정말 긴장하며 만들어 냈는데 춤을 추면서 먹는 모습에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전한나 대표가 남해군과 유즈노모레를 소개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행복한 남쪽 바다 생활 = 전 대표는 "가게 운영이 잘 될 수도 있고 잘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특별히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손님들이 찾아와주신다"고 말했다.

가게 공사 때도 사전 시장조사를 많이 하지 않았다. 유즈노모레만의 가게 운영 방식을 안고 가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바쁜 농촌 생활도 그 이유에 해당한다. 마당이 있는 단독건물을 관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가게 바로 옆엔 2평 남짓한 텃밭도 있다. 거기선 가게에서 쓸 허브를 키운다. 가게 분위기에 맞는 천을 떠와서 식탁보를 만든다. 에이드에 들어갈 과일청을 만든다. 빵과 쿠키도 매일 구워낸다.

농산물을 제외한 물건을 사려면 사천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전 대표는 "오전 5시에 일어나 청소하고 마당에 잔디 뽑고, 가게 문 열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농촌 생활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전 대표는 "귀촌살이라 해도 대충 할 수 없고 일할 때는 제대로 해야 하기에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로 힘든 것을 감내할 만큼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해에서의 삶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어 손님들을 피해 창고에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전 대표는 "손님이 많으면 와 주셔서 감사하고, 손님이 안 오시면 한가한 남해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며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열했다. 조력자인 남편부터 물건마을 이웃, 주변 자연환경까지 그에게 행복을 주는 요소였다. 그가 귀촌살이를 행복하게 해내는 건 오늘 하루를 감사히 여기는 마음 또한 덧붙어 있다.

전한나·조용현 부부 유즈노모레 운영, 그리고 남해 생활에 행복감을 감추지 않는다. /주성희 기자

◇사랑하는 나의 남해 = 전 대표는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마당과 물건마을 풍경을 소개했다. 가게에서 왼쪽을 바라보니 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벌건 토양이 드러나 있었다. 숙소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조 대표는 원래 그곳이 전부 대나무숲이었다고 전했다.

앞으로 꿈꾸는 남해 모습을 묻자 전 대표는 "지금 모습을 간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나무숲을 대부분 없앤 개발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전 대표는 "남해가 지닌 장점 중 하나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다"며 "저렇게 개발된다면 결국 다른 도시들과 같은 모양새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한나·조용현 부부가 남해를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남해와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고민한다.

최근 여름맞이 행사를 마당에서 열었다. 남해 수제 맥주 전문점 '네코나매'와 결합했다. 유즈노모레 음료 중 '남해 오시다 비어'는 네코나매에서 수급한다. 전 대표는 "오시다 비어를 가게 열기 전에도 마시고는 했다"며 "그러다가 네코나매 대표님과 손을 맞잡고 이번 여름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지원금도 없지만 남해군민에게는 10% 할인해 준다. 전 대표는 "지역민이 일부러 와주시면 더욱더 감사하더라"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출처 : 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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