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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대책

[브릿지 칼럼] 인구재앙에 무심한 한국

by KBEP 2022. 6. 15.

입력 2022-06-13 14:17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SG가 화제다. 기업의 존재이유를 주주중심 이익추구에서 사회문제 해결주체로 전환하는 새로운 이슈다. 지구생태계의 과부화나 친환경을 위한 탈탄소화 등이 중점화두다. 그 자체로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문제제기다. 질적인 번영 없는 양적인 성장이 갖는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자는 차원이다. 다가올 미래이슈지만, 지속가능성을 생각할 때 방치하기 힘든 사회문제라고 봐서다.

충분히 옳고도 당연한 관심사다. 눈앞의 이익에서 한발 비켜선 외롭되 의로운 접근이다. 탐욕이 빚어낸 공유지의 비극이란 외상장부를 물려주지 않으려는 정의로운 일이다. 후대까지 배려한 그야말로 바람직한 공공·공익적 트렌드다. 들불처럼 번지는 ESG의 유행이 반갑고 소중한 이유다. 진정성 없는 이른바 ‘워싱(Washing)’사례가 빈번하나 대놓고 하지 않는 것보단 낫기에 나쁘잖다.

다만 아쉬움은 남는다. 정확히는 소외·박탈감이다. 직접·즉시성이 떨어지는 환경에조차 이렇듯 뜨거운 관심·애정을 갖는데, 왜 정작 중요한 인구문제는 무심하게 방치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주지하듯 인구문제는 꽤 심각하다. 관련통계는 한국사회가 인구병의 중대한 위험고비에 진입했음을 경고한다. 0.81명(2021년)의 출산율은 한국사회의 절멸공포가 실존적임을 알려주는 상징지표다. 당장은 아니나 조만간 사회전반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어떤 잠재위기보다 확정적인 불행신호다.

그럼에도 시큰둥한 분위기다. 어렵고 복잡한 근본수술은 방치하는 와중에 손쉽고 단순한 대증요법만 반복해 내성과 고통만 키워냈다. 데면데면하며 흘려보낸 시간낭비야말로 후속세대의 집단적인 출산파업이라는 값비싼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새로운 국민은 덜 태어나고 기존국민이 사라지면 망국은 당연지사다. 청년 등 취약한 연결고리부터 충격은 시작됐다. 고용·주거의 공고한 진입장벽을 기성세대가 높여갈수록 뒤를 잇는 청년의 선택카드는 줄어들며 기존모델에 맞서 거부·저항한다. 곧 해결될 것이란 근거부족의 낙관론에 심취할수록 청년의 각자도생은 심화된다.

누구나 체감할 인구재앙은 곧 현실화된다. 시간이 거의 없다. 삶이 빠듯해졌다면 원인은 하나같이 인구재앙의 파급효과 탓으로 정리된다. 10~20년 후에야 본격화될 악재니 아직 괜찮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수많은 위기를 이겨냈으니 인구병도 치유할 것이라는 생각이라면 곤란하다. 켜켜히 쌓인 인구병의 진행경로를 볼 때 파국적인 궤도진입은 기정사실에 가깝다.

최소한 ESG·기후변화만큼만이라도 공감하고 걱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내 자녀의 앞날과 직결되는 사회문제로 인식할 때 부모특유의 애정이 시너지를 내며 해법모색에 다가선다. 어쩌면 인구재앙은 환경파괴보다 더 외롭고 심각한 한국병의 원류다. 탈탄소·친환경이야 국제이슈로 공동대응에 따르면 되지만, 인구문제는 당사자가 아니면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한국만의 당면과제다. 아쉽게도 학계는 인구문제의 회복반전을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반전보다는 충격완화와 변화적응으로 대응방향을 정리한다. 인구재앙에 무심한 한국사회의 현실한계를 정확히 인식한 결과다. 책임을 떠넘기며 현실탐욕에 함몰된 한국사회에 던지는 냉정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처 : 브릿지경제

기사원문 : https://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20613010002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