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 입력 2022. 04. 30. 15:00
이철재군사안보연구소장의 픽 : 전쟁과 동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의 특이한 동향이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인 미해군연구소(USNI) 뉴스에 따르면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러시아 해군이 흑해 세바스토폴항 해군 기지 방파제 안쪽에 돌고래 우리 2개를 세웠다.
돌고래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무렵인 지난 2월에 만들어졌다고 USNI 뉴스가 덧붙였다.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의 모항이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중요한 침공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해군 특수부대가 몰래 잠수해와 러시아 해군 군함에 폭탄을 설치하면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이를 막으려고 러시아 해군이 돌고래를 수중감시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 시대부터 돌고래ㆍ바다사자 등 해양 포유류를 훈련해 수중기뢰를 탐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일부 돌고래는 적의 잠수부를 공격하도록 조련됐다.
미 해군은 한때 80마리의 돌고래와 10마리의 바다사자 등 해양 포유류 ‘함대’를 보유했고, 걸프전에도 돌고래 부대를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물 단체의 반대로 미 해군은 해양 포유류를 놓아버렸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과 달랐다. 2019년 4월 북극에 가까운 노르웨이 최북단 항구 도시 잉외위아의 해안에서 어부들에게 흰돌고래(벨루가)가 포획됐다고 영국의 BBC가 전했다. 그런데 이 흰돌고래는 목 부위에 러시아어 표식이 붙은 벨트 2개가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리고 고프로 카메라 거치대가 부착돼 있었으나 카메라는 없었다. 고프로 카메라는 소형 촬영용 카메라다. 러시아가 이 흰돌고래를 정보수집용으로 훈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돌고래, 흰돌고래, 바다표범을 집중적으로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에 이기려는 목적만 내세워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무차별 포격하거나 더 나아가 집단학살하는 러시아군에게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일 게다.
기계에 밀려 전쟁터에서 사라졌던 동물이 최근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동물은 스스로 먹이를 먹으며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로봇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래서 전 세계의 군 당국은 동물을 무기로 쓰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요즘도 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개다. 그런데 최근 군에 입대한 동물의 종류가 늘고 있다. 이스라엘은 돼지나 아프리카 대왕 캥거루쥐를 지뢰 탐지용으로 기르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니라고 동물을 함부로 전쟁터에 내보내도 될까. 2011년 영국군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내진 한 군견은 군견병이 전사하자 몇 시간 후 죽었다.
군견의 사인은 심장마비ㆍ발작ㆍ스트레스였다. 군견병의 전사 때문에 상심한 게 군견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주요한 요인이었다.
동물이지만 감정과 스트레스를 느낀 생명체라는 점이다. 그래서 동물을 전쟁에 이용한 데 대한 윤리적 비난은 커지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의 군 당국은 곤충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람이 곤충을 조종해 군사 임무를 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동물과 전쟁 등 다른 생명체까지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인간의 탐욕이 무서울 뿐이다.
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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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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