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5
전통문화 콘텐츠로 신한류 확산
“외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인 라인, 카카오톡 이모티콘(그림말)에 한복, 상무 돌리기 등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활용한 디자인을 많이 올릴 수 있도록 네이버, 카카오와 협력하자.”
“신한류 열풍을 타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서 국악, 한복, 음식 등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수출 제품 설명서에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홍보할 수 있는 정보무늬(QR코드)를 넣도록 정부가 지원하자.”
한복 등 다양한 분야로 문화교류 폭 넓혀
문화재청이 후원하고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주최한 ‘2022 국가브랜드업 전시회’(2월 17~22일)에서 제시된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다. K-팝,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대중문화에서 신한류 열풍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국악, 한복, 음식 등 전통문화로 신한류 저변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해외문화홍보원 소속 주나이지리아 한국문화원은 4월 5일과 11일 현지에 주재 중인 11개국 대사 부인들과 나이지리아 정재계 인사 부인·가족들을 초청해 우리나라 전통문화 체험 행사를 열었다. 중국·일본·그리스·이스라엘·베트남·앙골라·기니비사우·방글라데시·우간다·아르헨티나 대사 부인들은 전통 한복 입어보기, 태권도 공연 관람, 한글 캘리그래피(멋글씨) 배우기, 달고나 체험 등을 즐겼다.
김창기 문화원장은 “한류 열풍에 따라 최근 주재국 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대중문화에서 전통문화 콘텐츠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현지인들의 관심과 요구를 반영해 한복, 한식 등 다양한 분야로 문화교류의 폭을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에선 복권에 우리나라 춤사위가 등장하는 일도 생겼다. 3월 14일 멕시코 복권 당국은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개원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 제작하는 멕시코 복권에 우리나라 전통 춤사위를 담기로 했다. 승무, 부채춤, 장고춤 등 우리나라 전통 춤 이미지가 담긴 멕시코 국영 복권 특별 에디션을 2022년 5월에 발행하는 것으로 멕시코 전역 1만 2000곳 복권 판매점에서 매주 360만 장가량의 복권이 판매된다.
우리 미술도 머지않아 신한류 열풍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4월 6일 미국에서 열린 한국 근대미술전과 독일 카셀 도쿠멘타 참가 등을 통해 2022년을 ‘미술 한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9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사이의 공간:한국 근대미술>전이 개최된다. 미국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한국 근대미술 전시로 1900~1965년 제작된 한국화, 유화, 조각, 사진 등 140여 점을 소개한다.
앞서 6월에는 독일 중부 소도시 카셀에서 개막하는 국제 현대미술전 카셀 도쿠멘타에 참가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22년은 미술 한류를 강화해 우리 미술을 해외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근대미술의 본격적인 해외 전시는 초유의 일이며 앞으로 현대미술 전시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출판 쪽의 한류는 이미 물길 흐름이 더 넓어지고 빨라지고 있다. 2022년 3월 22일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일러스트레이터 부문)했다.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전 세계적 인기는 통계에 잘 드러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20년 도서 저작권 수출 건수는 2019년 기준 총 2142건인데 그중 아동문학 분야가 1158건에 이른다. K-팝의 인기가 영화, 드라마 등 다른 분야로 확산하면서 세계 곳곳에 K-컬처, K-콘텐츠가 유행하는 가운데 그림책을 필두로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인기가 출판 한류로 이어지고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문학번역원 정책 담당자는 “2022년에는 약 200종의 한국문학 작품이 번역원 지원으로 세계 각국에 발간될 예정”이라며 “한국문학 작품과 작가들이 세계 독자와 만나 출판 한류를 확산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구촌 한류 팬 10년 새 17배 늘어
3월 3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발간한 <2021 지구촌 한류 현황>에 보면 음악, 드라마, 예능 등 전방위적 인기로 지구촌 한류 팬이 10년 새 17배나 늘어나 1억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재단이 재외공관 150여 곳과 협력해 조사한 결과로 전 세계 한류 팬은 116개국 1억 5660만 명으로 집계(2021년 말 기준, 각국의 한류 관련 온라인 공동체와 오프라인 동호회 회원, 누리소통망 가입 회원, K-팝 앨범 판매 누리집 가입자 등을 바탕으로 산출)됐다. 2012년(926만 명)보다 무려 17배나 불어났다. 1억 명을 돌파했던 2020년보다는 29% 급증했다.
음악, 영화·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관광, 음식, 한국어, 미용, 문학, e스포츠, 전통문화, 웹툰, 태권도 등까지 아울러 주요 한류 키워드를 토대로 활동 회원 수를 집계하고 더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국악, 한복, 전통문화, 음식, 한국어, 문학 등으로 한류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해외 K-콘텐츠 소비 목록 중에 출판·음식 분야가 점점 늘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2월 14일 발표한 ‘2022 해외 한류 실태조사’(18개국의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자 8500명 대상, 2021년 11~12월 온라인 설문)에 따르면 해외 한류 소비자가 소비한 전체 문화콘텐츠 중 주요 10개 분야의 소비 비중은 미용(뷰티, 31.7%), 드라마(31%), 패션(29.2%) 순이었다. 그런데 인기 분야는 드라마(37.3%), 예능(32.9%), 미용(뷰티, 29%)뿐만 아니라 게임(23.7%), 출판(22.2%), 음식(17.1%)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콘텐츠 소비 보편화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한다. 한류로 높아진 국가이미지가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1.8%가 “한류 콘텐츠가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이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도 한국산이면 구매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40%에 달했다.
떡볶이 등 K-분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3월 8~11일 일본에서 열린 ‘제47회 도쿄식품박람회’에 참가해 7500만 달러의 수출 상담 실적을 냈다. 전 세계 44개 국가에서 1485개 업체가 참가한 일본의 대표 식품 박람회로 한국관에는 김치, 파프리카 같은 신선식품부터 떡볶이, 소스 같은 가공식품까지 다양한 수출 유망 상품이 전시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떡볶이, 라면, 치킨 소스 등 K-분식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았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로제 떡볶이 소스는 부스를 찾은 바이어가 바로 수입 의사를 밝혀 현장 계약이 성사되는 등 뜨거운 호응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한류 아웃바운드(해외 거점) 확산 사업을 국내외에서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각국 현지에서 한류 확산 체계 구축을 위해 유관 기관이 많이 진출한 지역에서는 재외 한국문화원 주도로 ‘K-이니셔티브 협의체’를 발족하고 상시 협력을 꾀하기로 했다.
재외 한국문화원과 콘텐츠산업(비즈니스)센터, 세종학당(외국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보급 기관) 등 해외 협업 거점도 지속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기존 K-팝 위주에서 전통문화, 한국현대미술 등을 전파시키는 쪽으로 한류 확산 방향을 잡았다.
2022년 9월 23일~10월 1일 광화문과 코엑스 등 서울 3개 권역에서 열리는 ‘2022 한국문화축제’는 K-팝 위주 행사에서 드라마, 전통문화, 현대미술, 연관 산업까지 포함한 종합 한류 행사로 범위를 넓힌다. K-팝·드라마·영화·게임뿐만 아니라 K-뮤지컬로도 한류를 확산시킨다는 계획 아래 2022년 6월 국내외 투자 유치를 위한 ‘K-뮤지컬 국제마켓’을 개최한다. 한복, 판소리, 전통연희 등 우리나라 문화의 원형을 해외에 홍보할 체험·전시·공연 콘텐츠도 만든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6개 부처가 중소기업에 한류 마케팅을 지원하고 종합 박람회를 여는 등 협업 사업을 추진해 우리의 문화·산업적 가치를 전 세계에 지속적으로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전통문화 혁신성장 R&D
5년간 480억 원 투입
전 세계적 한류 열풍이 대중문화에서 전통문화로 확장됨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5년간 480억 원을 투입해 전통문화 혁신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통문화 혁신성장 공동 추진체계 구축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전통 소재와 기반기술 분야 핵심 원리를 규명하는 ‘전통문화 원천기술’을, 문체부는 이를 활용해 전통문화 장인, 기업들이 사업화·제품화할 수 있도록 ‘전통문화 산업화 기술’을 개발한다.
두 부처는 ‘현장 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및 상용화·디자인 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천기술-산업화 기술-상품화로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전통문화의 대중화·고급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문체부는 기대했다.
협업 첫해인 2022년은 22억 원을 들여 ‘중점 육성 분야’인 한복·한지 분야를 연구하고 2023년부터 ‘기반기술 분야’인 목재·옻칠·도자·금속까지 분야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문체부는 2022년 전통문화 산업 진흥을 위해 2021년보다 62억 원 증액한 259억 원을 책정해 혁신이용권(바우처) 도입, 전통문화기업 기반시설 개선, 3차원 가상세계(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지원, 청년창업 지원 강화, 미래세대 전통문화 교육·홍보 확대, 외국인 대상 전통문화 소개 등을 추진한다.
전통문화 진흥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한 현장 소통도 이어간다. 김현환 문체부 제1차관은 “한류가 대중문화를 넘어 전통문화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전통문화산업이 전략적으로 성장할 호기를 맞았다”며 “전통문화를 보호하는 정책 중심에서 나아가 산업적 관점에서 육성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공감
기사원문 : https://gonggam.korea.kr/newsView.do?newsId=GAJm71SQUDDGJ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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