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정 기자 입력 2022. 04. 18. 00:18
OECD 2월 상승률 7.7% 급등
- 우크라發 에너지가격 큰 폭 올라
- 38개국 중 터키 1위… 한국 32위
- 각국 ‘빵 사재기’현상 등 대란 속
- 고물가 대응 기준금리 속속 올려
전 세계가 걸프전 이후 30여 년 만에 대(大) 인플레이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3년째 지속되는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큰 차질을 빚는 데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각국은 치솟는 물가에 아우성을 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7%로, 걸프전 직전인 1990년 12월 이후 31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OECD 측이 17일 집계했다. 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달(7.2%)보다 0.5%포인트 올랐고, 전년 동기(1.7%) 대비 6%포인트나 뛰어올랐다.
각국 대부분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으며, 식품 가격 상승률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OECD 회원국의 에너지 가격은 26.6%, 식품 가격은 8.6% 각각 올랐다. 나라별로 보면 터키의 물가 상승률이 전달보다 5.7%포인트 급등한 54.4%로 OECD 중 가장 높았다. 리투아니아(14.2%) 에스토니아(11.3%) 체코(11.1%)가 각각 2~4위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주요 20개국(G20)과 주요 7개국(G7)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6.8%와 6.3%로 나타났다. G7 중에서는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에 달한 미국(7.9%)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독일 등이 5%를 넘겼다. 애초 각국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은 3.7%로, 38개 회원국 중 32위였다. 반면 장기 디플레이션에 허덕이는 일본은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물결 속에서도 물가 상승률이 0.9%에 그쳤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월 말 개시됐으므로 3월 이후 물가 상승률 폭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는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 수출국인 데다 ‘세계인의 식량’인 밀은 세계 1위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도 세계 3대 곡창지대 중 하나로 밀 해바라기씨유 등 주요 곡물 수출국 중 하나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의 제재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데다 올해는 전쟁 탓에 우크라이나에서 파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추후 곡물 가격 급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로 인한 물가 폭등으로 전 세계는 몸살을 앓는다. 수입 밀의 80%가 우크라이나산인 레바논에서는 밀가루 가격이 폭등하자 시민이 빵 사재기에 나서는 등 벌써 ‘빵 대란’이 일어났다. 독일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지난해 ℓ당 64센트(850원)에서 1유로25센트(1660원)로 배로 치솟았다. 전년 대비 난방유는 144%,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도 47.4% 급등하는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폭이 컸다. 또한 3월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6.2% 올랐고, 2월(5.3%)보다 더 뛰어 민생을 더 어렵게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비난의 화살이 제대로 경제위기에 대처하지 못한 현정권으로 향하는 등 정치 불안으로 이어졌다. 살인적인 고물가에 시달리는 스리랑카에서는 국민이 연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정부는 “대외부채를 못 갚겠다”며 일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경제파탄을 이유로 임란 칸 전 총리가 축출되기도 했다.
한국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1.5%로 0.25%포인트 올린 것을 비롯해 각국은 고물가 대응 처방으로 기준금리를 속속 올린다. 미국이 5월 ‘빅스텝’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13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뉴질랜드가 나란히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0.5%포인트 금리를 올렸고, 아르헨티나 역시 2.5%포인트 대폭 인상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4일 전쟁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로 동결했으나 채권매입 종료 시기를 3분기로 앞당긴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출처: 국제신문
기사원문 : https://news.v.daum.net/v/20220418001850327?x_trk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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