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회인 전미경제학회(AEA)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 주요 경제학적 명제들에 대해 10년 주기로 조사해 컨센서스(합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조사를 보면 시대 변화에 따라 컨센서스도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정 정책에 대한 시각이다. ‘경기 순환의 관리는 중앙은행에 맡기고, 적극적인 재정 정책은 피해야 한다’는 명제에 2000년에는 71.6%가 동의 또는 조건부 동의하고 28.5%만 부동의했다. 하지만 2021년에는 부동의가 66.6%로 껑충 뛰었다. 주류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지지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 하강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자들의 컨센서스도 이렇게 바뀐 것으로 보인다.
‘경쟁 모델이 담합 모델이나 불완전 경쟁 모델보다 미국 경제를 더 잘 설명해 준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90년 33.9%에서 2021년 53.5%로 늘었다. 미국이 완전 경쟁 시장이 아니라고 보는 학자들이 과반이라는 의미다. 지난 30년 동안 거대 테크 기업들이 등장하며 많은 독점 논란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반독점법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시각도 크게 바뀌었다. ‘반독점법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 90년엔 동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가 각각 30%대였는데, 2021년엔 동의 67.8%, 조건부 동의 25.2%로 동의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경제학 원론 교과서에 실릴 만큼 당연하게 여겨졌던 ‘최저임금은 젊은 비숙련 노동자의 실업을 증가시킨다’는 명제는 어떨까. 90년엔 62.8%가 동의, 19.6%가 조건부 동의할 정도로 압도적인 의견 일치를 보였다. 하지만 2021년엔 동의가 29.8%로 크게 감소하고 조건부 동의(35.1%)와 부동의(35%)가 크게 늘었다. 최저임금과 실업의 상관관계에 대한 확신이 크게 감소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에 배웠던 것을 참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AEA 설문조사에서 보듯, 과거에 옳다고 생각한 지식이 지금은 틀릴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변화가 너무나 빨라 2000년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다른 나라라 봐도 될 정도다. 그 시기에 옳았던 명제들이 지금도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케인스는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에 “나는 사실관계가 바뀌면 의견을 바꿉니다. 당신은 어떤가요”라는 명언을 남겼다. 경제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과거의 배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케인스처럼 상황과 사실관계에 따라 유연하게 사고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처 : 조선일보
기사원문 :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2/04/07/RV53KD7GJ5G3VBOQN74UBG4E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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