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5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윤석열 정부가 마주할 환경은 녹록지 않다. 국회엔 172석 민주당이 버티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로 대표되는 정부 조직 개편,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같은 핵심 공약들 모두 민주당 협조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하다.
민주당 내 개혁 성향 의원들이 친(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홍근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고, “모든 것이 윤석열 뜻대로 되지 않을 것”(정청래 의원)이라며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윤석열 정부의 험난한 5년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 당선인에게 청와대 용산 이전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제1야당이 될 민주당과의 스킨십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모든 국정 업무는 궁극적으로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신들이 인수위에 중용됐고, 노무현 정부 총리로 호남 출신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로 머리를 맞대고 협상하고 일해야 하는 민주당 현직들과 만났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박홍근 원내대표가 선출된 다음 날 장제원 비서실장을 보내 “식사 한번 모시겠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한 게 마지막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재임 기간 의회 권력을 쥐고 있던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연방 정부가 몇 차례 셧다운 됐을 정도로 ‘벼랑 끝 전투’의 강도는 셌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골프장에서만큼은 사이 좋은 한편이었다고 한다. 오바마는 핵심 공약들을 관철시키려 정적(政敵)과 대화했고, 때로는 구슬려야 하는 작업이 불가피함을 잘 알았다. 2016년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주최한 만찬(WHCA)에선 먼저 은퇴한 베이너와 곧 은퇴할 오바마가 함께 영화 ‘토이 스토리’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줬다.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뜻하지 않게 빛났던 순간이 있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치찌개를 끓이고, 각이 잡힌 계란말이를 부쳐냈을 때였다. 사람 좋아하고, 요리에 진심인 모습에서 ‘검사·아재·쩍벌남 너머 그 무엇’을 봤다는 이가 꽤 있었다.
“(선거에 지면) 없는 죄도 만들어 감옥 보낼 것”이란 사생결단 대결이 끝난 지금, 1987년 이후 최초의 ‘0선(選) 대통령’이라는 당선인이 야당과의 관계 설정에서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하면 어떨까.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함께 김치찌개를 끓일 수도 있고, 최근 목욕탕에서 목격됐다는 그가 코로나로 한동안 멈췄다가 활동을 재개한 ‘목욕당’(국회 사우나 즐겨 찾는 여야 의원들의 모임)을 방문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렇게 협치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출처 : 조선일보
기사원문 : https://www.chosun.com/opinion/journalist_view/2022/04/06/XDMLTI2IPZCRVBKF3JLQYPSG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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