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
한복은 우리의 기후 풍토와 생활양식에 알맞게 정착된 우리 고유의 민족의상이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이돌이 독특한 무대 의상으로 탈바꿈한 한복을 입고 세계 공연 무대를 누비면서 한복이 세계인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2021년에는 한복(hanbok)이 한류, 치맥, 대박 등 26개 한국어 단어와 함께 ‘A traditinal Korean costume’(전통 한국의상)으로 영국 옥스퍼드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한복형 교복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학교가 늘고 있어 한복의 대중화와 세계화는 점점 속도를 더해가는 추세다. 최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은 한복을 중국 문화인 것처럼 연출해 논란을 빚었다. 중국의 한복공정 전략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고, 14억 인구의 중국이 탐낼 만큼 한복의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경북도는 한글, 한식, 한옥, 한복 등 한류 문화의 뿌리다. 한글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과 상주본이 경북에서 발견됐다. 전통음식에 관한 3대 옛 요리책인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온주법이 모두 경북에서 저술됐다. 하회마을, 양동마을을 비롯한 전통마을에는 한옥이 즐비하다.
특히 한복과 인연이 많다. 국내 한복 명장 9명 중 7명이 대구·경북권에 있다. 안동의 안동포와 풍기 인견, 상주 명주 등은 한복산업이 빚어낸 최고의 ‘명품’으로 꼽힌다. 경북도는 이와 같은 한복 인프라를 토대로 한복 문화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한국한복진흥원을 건립했다. 한복을 한글, 한옥, 한지, 한식 등과 연계해 한국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한복 메타버스를 구현하고 ‘메타버스 수도-경북’ 구축의 토대로 삼을 계획이다.
한복 문화가 동력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요구된다. 먼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한복문화산업진흥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 이 법안에는 4차 산업혁명·메타버스 시대에 맞춰 한복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이 담겨 있다. 또한 한복의 무형문화재 조속 지정 및 지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남북 공동등재 추진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경북도에서도 ‘한복의 날’ 지정과 설날·추석은 물론 정월대보름, 단오, 한글날을 ‘한복 입는 날’로 지정하는 등 한복 문화 활성화에 진력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한복의 일상화와 세계화가 우리 안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지금까지 한복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특별한 옷’으로 여겨왔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옷에서도 통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복이 우리의 일상에서 소비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및 메타버스 시대에 요구되는 가치가 바로 한복처럼 유연하고 융합적인 사고다. 전통문화 자원인 한복을 재조명하고 세계화와 대중화를 추진한다면 한복이 신한류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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