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입력 2022. 03. 21. 05:00
원희룡 대통령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이른바 ‘윤석열의 사람들’로 일컬어지는 측근 중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인연이 짧은 편이다. 윤 당선인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0대 초반부터 알던 사이였고,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대학 때부터 가까웠다. 이에 반해, 원 위원장이 윤 당선인을 처음 만난 건 대통령 선거 불과 8개월 전이다.
원 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윤 당선인(79학번)의 3년 후배다. 하지만 대학 다닐 때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한다. 원 위원장은 20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윤 당선인은 4학년이었다. 난 입학하자마자 학생 운동을 하느라 4학년들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은 윤 당선인 1년 뒤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됐다. 검사 재임 시절이 겹쳤지만, 그때도 만날 기회는 없었다. 원 위원장은 4년 만에 검사 옷을 벗었다.
원 위원장이 윤 당선인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7월 2일이다. 검찰총장을 그만둔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입당 시점을 고민하던 때로, 당시 제주지사였던 원 위원장은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었다. 윤 당선인이 직접 원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청하면서 비공개 만찬이 이뤄졌다. 만찬 자리에서 원 위원장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입당을 권유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도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로 답하며 식사 자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다만, 당시까지만 해도 윤 당선인과 원 위원장의 관계가 가까웠던 건 아니었다. 둘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경쟁자였다. 역설적이게도, 경선 과정을 거치며 윤 당선인이 원 위원장을 눈여겨보게 됐다고 한다.
원 위원장 측 인사는 “경선 토론을 거치며 윤 당선인이 ‘정책은 원희룡 후보 쪽이 가장 좋다’고 말했던 것으로 안다. 그런 인상이 강하게 남아 경선 이후에 원 위원장에게 정책을 맡긴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특히 원 위원장의 ‘국가 찬스’ 공약을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로 결정된 뒤 수락 연설에서 “원희룡 후보님의 ‘국가찬스’를 허락해주신다면 제가 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경선에서 승리한 뒤 원 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선대위가 해체된 뒤 재구성된 선거대책본부에서도 ‘투 톱’ 중 한 자리인 정책본부장을 원 위원장에게 맡겼다. 캠프에서 원 위원장은 정책에 관한 한 절대적인 역할을 맡았다. 원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게 거의 매일 정책 공약을 보고하고, 수시로 열리는 점검 회의에도 참석했다. 기자회견이나 토론을 앞두곤 ‘공약 독회’를 열어 후보가 정책 공약을 충분히 숙지하도록 돕는 것도 원 위원장의 역할이었다.
윤 당선인은 급하게 공약을 정하거나 수정해야 할 땐 밤 늦게라도 원 위원장을 호출했다고 한다. 지난 1월 윤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한 줄 공약 ‘주식 양도세 폐지’도 그런 사례다. 늦은 밤 윤 당선인과 원 위원장이 만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원 위원장이 “충분히 필요한 공약”이라는 취지로 찬성하자 바로 다음 날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책본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주요 공약을 정할 때마다 원 위원장을 찾은 건 윤 당선인이 그만큼 그를 신뢰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윤석열 정부 탄생의 공신인 원 위원장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당 일부 인사가 원 위원장에게 “6월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원 위원장이 고심 끝에 불출마를 택했다는 얘기도 있다. 현재로선 원 위원장이 내년 열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해 ‘대장동 1타 강사’로 선전한 점, 새 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그린 점 등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출처 : 중앙일보
기사원문 : https://news.v.daum.net/v/20220321050055920?x_trk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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