Майка

youtube.com/@maikabg

Bulgaria Love/불가리아 한국 뉴스

“구호물자 전달하려 우크라 국경까지 수십시간 달리는 중”

KBEP 2022. 3. 10. 21:33

김아엘 선교사 포함 5명 동행
불가리아서 출발… 차내 숙식
“현지선교사에 전달… 난민 도울 것”

입력 : 2022-03-10 03:02

김아엘(왼쪽 첫 번째) 선교사가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난민을 도울 구호물품을 차에 싣고 출발하기 전 오픈발칸 동역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오픈발칸 제공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출발한 지 25시간째네요. 차 안에서 먹고 자기도 하면서 피곤하고 지칠 때도 있죠. 아무리 그래도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지하 대피소만 하겠어요. 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도움이 돼 드리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불가리아에서 루마니아를 통과해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향하던 김아엘(51) 선교사의 목소리는 주파수를 찾는 라디오처럼 끊겼다 이어지길 반복했다. 전화기로 수신되는 감도는 약했지만 결의에 찬 그의 목소리에선 분명히 감당해야 할 사명에 대한 의지가 엿보였다.

김 선교사와 통화가 연결된 8일 오전(현지시간) 그는 대형 밴 차량에 캠핑용 매트와 침낭, 각종 생필품을 가득 싣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차량에는 불가리아에서 동역해 오던 선교사 3명과 한재성(우크라이나 한인선교사협의회장) 선교사가 동행했다. 김 선교사는 “아직 국경을 넘지 못한 채 지하 대피 공간에 머무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많다”며 “그들을 돕고 있는 현지 선교사와 연락이 닿아 필요한 물자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8년 불가리아에 둥지를 틀고 현지인들이 교회를 세워갈 수 있게 25년째 사역해 왔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부턴 일시적으로 사역 전환기를 맞았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기 전에는 불가리아로 피난해 평화를 외치며 반전시위를 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도왔다. 우크라이나에 고립됐던 한 선교사와 유학생들을 피난시키기 위해 왕복 3000㎞ 넘는 길을 다녀오기도 했다.

“전쟁 발발 직후부터는 구호물자를 준비하고 전하는 활동을 계획했어요. 예전부터 해마다 한국교회 단기선교팀들이 들어오면 구호품을 준비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전달해 왔기 때문에 익숙한 일들이었죠.”

불가리아 내 선교사들이 협력해 온 NGO 오픈발칸(대표 양기동 선교사)을 주축으로 팀을 꾸리고 광염교회(조현삼 목사) 하늘꿈연동교회(장동학 목사) 등 한국교회에서 보내온 긴급구호 자금으로 구호물품을 마련했다. 또 우크라이나 내부에 남아 있는 현지 목회자들과 소통하며 공습을 피해 지하 공간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상황을 확인했다. 문제는 전달이었다. 우리나라 정부가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한 상태라 한국인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을 수 없다. 다만 현지 한국대사관의 배려로 희망은 남아 있다.

김 선교사는 “주불가리아 한국대사관이 20년 넘게 교민 사회 활성화와 인접국 교류에 앞장서 온 오픈발칸을 신뢰해 인도적 구호 활동을 펼치는 기관임을 증명해주는 레터(편지)를 발급해줬다”며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일반 난민은 길게는 10시간 이상 검문 절차를 거치는데, 증명 레터가 그 시간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전달 과정이 수월해지면 국경에서 물자를 건네받은 목회자가 신속하게 난민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선교사와 구호팀은 이번 주말 3차 구호물품 전달 사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35195&code=23111111&sid1=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