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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국 된 중국… 역사 피해의식에 김치·한복 자기들 것 주장”

KBEP 2022. 2. 15. 07:24

[최유식이 만난 사람]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이 보는 反韓·反中 정서

입력 2022.02.14 03:00

베이징 동계올림픽 편파 판정과 개막식 한복 논란을 계기로 국내 반중(反中) 정서가 폭발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보다 중국이 더 싫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에서도 애국주의로 무장한 20·30대를 중심으로 반한·혐한 정서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 원장은 11일 인터뷰에서 “양국 국민의 인식 차가 너무 큰 탓”이라고 했다.

중국 정치 전문가인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 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됐고 1인당 GDP도 1만달러를 넘어섰지만, 과거 반식민지 시절의 뿌리 깊은 피해 의식과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피해 의식이 맹목적이고 공격적인 애국주의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기 이후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걸고 권위주의 체제를 강화하면서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했다. 지난 수년간은 미중 충돌까지 격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애국주의가 분출하는데, 민주주의 환경에서 성장하고 공정의 가치에 민감한 우리 젊은 층이 여기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중국 국민은 자기네가 과거 낙후한 대국에서 벗어나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됐는데 한국이 여전히 과거처럼 자신들을 대한다며 불만이고, 우리 처지에서는 덩치가 커졌으면 대국답게 행동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30년 사이 양국에서 큰 정치·경제의 변화가 일어났는데, 국민 인식이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김치나 한복이 자국 것이라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왔다. 우리나라 설날도 중국 춘제(春節)를 훔쳐 간 것이라고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나.

“중국인들의 뿌리 깊은 피해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개항기 상하이 조계공원에는 ‘개와 중국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까지 붙어 있었다. 당시 중국은 서양 열강에 모든 것을 뺏기고 약탈당했다. 지금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됐고 1인당 GDP(국내총생산)도 1만달러를 넘어섰지만 아직도 그 당시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해 의식이 크다 보니 누가 맘에 안 드는 말을 하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만 주류의 생각은 아니다.”

-샤오펀훙(小紛紅)이라고 부르는 중국 네티즌들의 애국주의는 워낙 폐쇄적이고 공격적이어서 ‘현대판 의화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옛 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하면서 사회주의 이념이 퇴조한 이후 중국 공산당은 그 자리를 메우려고 다양한 모색을 해왔다. 한때 공자 부활을 포함한 전통문화 복원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결국 사회주의의 빈자리를 메운 건 애국주의였다.

애국주의 교육은 1990년대 시작됐는데,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을 내걸면서 애국주의 교육을 훨씬 강화했다. 심지어 홍콩에서도 애국주의 교육을 하겠다고 하지 않나. 중국 내부에서도 이런 맹목적 애국주의에 대한 반대론이 적잖은데, 시 주석 체제하에서 워낙 언로가 막히다 보니 내부 논의의 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

2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환영 연회장. 황제를 상징하는 용 모양의 수로가 그려진 무대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 반대편에 각국 정상 등 고위급 참석자들이 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조공 질서 부활, 중국 스스로도 못 할 일”

-시진핑 주석 부부가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석한 외국 정상들을 위한 연회를 베풀면서 용 모양 수로(水路)가 새겨진 무대를 가운데 두고 각국 정상들과 마주 앉아 당나라 시대 만방래조(萬邦來朝·주변국 조공 행렬)를 구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중국 내에서도 조공 체제를 중심으로 한 청나라 시대 국제 질서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본 적이 있다.

“조공 질서를 도입하는 데 동의할 주변국도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 스스로도 못 할 것이다. 중원 왕조들은 조공국이 가져다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베푸는 방식으로 주변국 관계 안정을 꾀했다. 지금 중국이 그렇게 할 수 있겠나.

중국은 과거 2000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중국 중심의 질서를 만들어 왔는데, 100년 이상 그런 전통이 단절됐다. 지금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하는데,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옛날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생경한 방식을 구사하다 보니 무리가 따르고 주변국이 등을 돌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최근 ‘세계가 100년 만의 대변국을 맞고 있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집권 초기부터 신형 대국 관계라는 용어를 쓰면서 미국과 관계 재설정을 꾀하고 주변국 질서를 어떻게 끌어갈지 모색해 왔는데, 아직은 답을 못 찾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중국 외교도 네티즌 못지않게 공격적이고 배타적으로 변해서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라는 말까지 나왔다.

“시진핑 체제 들어 당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과거 정부 쪽에서 맡아온 외교 부문에 대한 당의 입김이 너무 강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공산당 정치국 위원인 양제츠는 정부 직책이 없다. 이런 사람이 한국을 방문해서 우리 정부 인사들을 만나는 건 일반적 상황이 아니다.

중국 내 학자들 말을 들어보면 내부 선전을 관할하는 공산당 선전부가 대내 선전 논리로 대외 선전을 하려고 한다더라. 그래서 전랑 외교 같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드 경제 보복으로 미국만 이익 봐

-우리나라 사드도 그렇고, 남중국해 분쟁도 그랬듯, 중국의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외교는 오히려 중국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주변국이 중국에서 멀어지고, 주변국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

“사실 반중 정서가 지금처럼 악화된 계기는 사드 문제였다. 중국이 사드에 대해 불쾌함을 표시하고 협의를 시도하는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경제적 보복을 가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2016년 800만명이었던 중국인 방문객이 2017년 420만명까지 줄었다.

중국은 사드 배치 반대를 통해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미국 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으려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한국이 더 미국 쪽으로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미국은 사드 배치 자체보다 중국의 과도한 반응으로 더 큰 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외교 노선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없나.

“큰 정책 변화가 있으려면 최고 지도자가 바뀌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연임을 위한 모든 준비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연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반중·반한 정서 악화 막아야”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동계올림픽 편파 판정을 둘러싼 반중 정서는 국민 대중이 볼 때는 충분히 나올 만한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는 스포츠로 끝나야 한다. 정치권이나 학계, 언론 쪽은 좀 냉정할 필요가 있다.”

-중국 대사관이 우리나라 대선 후보 발언까지 반박하는 등 도가 지나친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나.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당당하게 대응하는 게 옳다. 다만,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작은 논란까지 일일이 부각해 싸움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문화는 각국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 왔는데, 특정 문화나 절기는 특정 국가의 것이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상대를 안 하는 게 더 나은 방안일 수 있다.”

-미중 관계에서도 디커플링(비동조화)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도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작년 한중 무역액은 3000억달러가 넘고, 250억달러가량 흑자를 거뒀다. 무역 의존도가 24%에 이른다. 의존도를 낮춰가는 건 장기적 과정이어야 한다. 무리하게 되면 일자리 감소 등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 중국이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중요한 이해관계국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을 당당히 대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양국 고위층이 적극적으로 소통해 양국 국민 간 반중 정서, 반한 정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중화 민족주의를 대변해온 관영 매체 환구시보가 최근 황대헌 선수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딴 것을 축하했는데, 어떻게 보나.

“중국으로서도 한국은 중요한 주변국 중 하나다. 더 이상 양국 국민 감정이 악화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메시지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안치영

1965년생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 정치 전문가이다. 박사 과정에서 중국 인민대 중공당사학과로 유학을 떠나 3년간 현지 조사와 자료 수집을 했다.

2007년부터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년 전부터 인천대 중국학술원 원장을 맡고 있다. 중국 학계에 다양한 인맥을 갖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공산당 역사와 조직 운영, 정치 엘리트 충원 시스템 등을 연구해왔으며 ‘덩 샤오핑 시대의 탄생(창비·2013)’ 등의 저서가 있다.

 

출처 : 조선일보

기사원문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2/14/WRTABATA55CS5PPOWSCRUVNKX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