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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테크 전쟁'…첨단기술 없인 경쟁의 무대조차 못 올라"

KBEP 2022. 1. 3. 11:18
입력 2021.12.31 16:07 

대전환 2022
글로벌 퓨처테크 현장을 가다

서울대 공대 교수 좌담회

중국 박사급 반도체 인재들
글로벌 랩에 두루 자리잡아

플라잉카·마이크로바이옴 기술
한국선 규제 탓에 테스트도 못해

'게임 규칙' 사라진 승자독식 시대
美는 자본·中은 자원을 무기화
국가 차원 '테크 전략' 절실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진이 31일 공대 회의실에서 ‘미래를 주도할 글로벌 퓨처테크’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호원 재료공학부, 하정익 전기정보공학부, 이정동 대학원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이종호 전기정보공학부, 강기석 재료공학부, 서상우 화학생물공학부, 김현진 항공우주공학과, 박용래 기계공학부 교수. /김병언 기자

“등에서 진땀이 날 수밖에 없는 순간입니다.” ‘세상 뒤바꿀 글로벌 퓨처테크 현장을 가다’를 주제로 한국경제신문과 공동기획에 나선 서울대 공과대 교수진은 한국이 처한 상황을 ‘테크 무지(無地)’에 비유했다. 세계 각국이 기술 주권을 수호하고, 더 나아가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해 ‘테크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이정동 교수(대학원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는 “추격형 경제에서 테크놀로지가 개별 전투의 문제라면 선도형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전체적인 전쟁의 판도를 읽을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박동휘 한경 차장)불과 몇 년 만에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하정익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예전엔 국제화 같은 룰(규칙)이 있었잖아요.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미국 같은 선진국은 자본의 힘으로, 중국은 자원의 힘으로 경쟁의 판을 흔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기술을 따라가면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겁니다.

△강기석 재료공학부 교수=과거 절대 선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불편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게 문제예요. 배터리만 해도 전기차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대용량 전기를 저장하는 그리드 시스템의 핵심이 배터리니까 결국 핵심 테크놀로지가 국가 안보와 연결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정동 교수=그래서 기술주권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겠죠. 3만달러 시대의 한국은 프런티어(개척자)의 문에 이제 막 진입했다고 볼 수 있어요. 알박기 기술이라고 할 만한 첨단 테크놀로지를 확보하지 않고선 경쟁 무대에 올라서지도 못할 수 있습니다.
▷강대국들이 더 치열하게 움직인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요.

△이종호 반도체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중국을 예로 들어볼게요. 세계 반도체와 관련된 랩(연구실)에 중국의 포닥(박사 후 과정)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전문가들이 세계 동향을 읽고 있다는 것이죠. 미국은 공급망과 가치망을 분리하는 정책으로 가고 있습니다. 자국에서 생산하되,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가치(돈)는 가져가도록 해주겠다는 겁니다.
△장호원 재료공학부 교수=얼마 전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주한 미대사관에 파견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미국의 가장 큰 고민은 고용이라고 하더군요. 마트에서 8시간 정도 캐셔로 일하고 은퇴하면 연금을 받고 살 수 있던 시대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기술과 관련한 제품을 제조하겠다는 것이고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확고합니다.
△김현진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플라잉카 같은 신기술 제품이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미래 게임체인저가 될 만한 테크놀로지와 관련해선 승자독식 가능성이 큽니다. 기술의 빈익빈, 부익부인 셈이죠.
▷우리 현실은 어떻습니까.
△서상우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등 바이오산업을 예로 들면 규제와 지원책 모두 아쉽습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쓰이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만 해도 오랜 기초 연구가 축적돼 나온 거예요. mRNA 같은 요소 기술이란 측면에서 보면 우리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실제로 구현해 테스트할 수 있느냐인데, 우리는 규제 장벽이 너무 높아요. 마이크로바이옴 신생 기술도 국내에선 못하고 미국에 가서 실험을 합니다. 미국이 패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죠.
△김현진 교수=미국의 무인항공 회사들이 몇 년 전 부품 회사들을 인수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지니까 인력을 20% 정도씩 감원했습니다. 스타트업에는 노동 유연성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한국에선 불가능한 일이죠. 우리는 고령화도 심각한데 정치하는 분들은 이런 걱정을 거의 안하는 것 같아요. 규제 측면에서도 플라잉카는 미국에서나 테스트가 가능한 기술입니다.
△박용래 기계공학부 교수=소프트로봇 역시 국내에서보다는 미국에서 연구와 개발이 훨씬 활발합니다. 퍼스널 컴퓨터처럼 앞으로는 퍼스널 로봇 시대가 분명히 올 텐데 우리는 아직 대비를 못하고 있어요. 공장 자동화나 의료용으로 쓰이는 로봇 시장과 별도로 일상에 쓰이는 로봇산업은 훨씬 더 커질 겁니다. 과학뿐만 아니라 로봇에 관한 철학적 사고가 가능해져야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죠.
▷서울대 공대처럼 인재를 키우는 곳의 중요성이 더 커진 듯합니다.
△이종호 교수=기술 선도형 국가로 가기 위한 핵심이 인재인 건 두말 할 필요가 없죠. 간혹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훌륭한 인재를 데려오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그래서는 국가의 장기지속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어요.
△강기석 교수=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2차전지융합전공을 만들었고요. 다만 정부의 지원과 관련해선 선택과 집중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배터리만 해도 인재 10만 명을 키운다고 하는데 기술 전쟁 시대엔 소수의 핵심 인력을 누가 배출할 수 있느냐가 생존의 관건입니다.
정리=정지은/구민기 기자

 

출처 : 한국경제

기사원문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123177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