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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의사도 놀래킨 ‘알약’…10대~노인 열광 ‘5조 시장’

KBEP 2021. 2. 24. 16:03

중앙일보 2021.02.23 05:00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1알과 혈압약, 콜레스테롤약을 먹는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고려은단 비타민C 1000㎎짜리 3알을 먹고, 밀크씨슬과 루테인도 챙긴다. 여기에 크릴오일과 맥주효모 10알까지 먹고 출근한다. 점심과 저녁에도 각각 비타민 3알과 맥주효모 10알, 잠자기 전 비타민 1알을 먹어 하루 비타민C 1만㎎을 채운다.

김 씨가 점심 때 먹기위해 회사에 챙겨오는 약통. 루테인·종합비타민·크릴오일·맥주효모·비타민C·콜레스테롤약·밀크씨슬이 들어있다.

국민 84.5% “건강기능식품 복용”
크릴오일·프로틴…온라인 구매
약사보다 인플루언서 영향 커져

전문가 “몸에 좋다면 오남용 심해
영양제마다 올바른 복용법 중요”

국내 중견기업 직장인 김모(44·남) 씨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키는 ‘영양제 식단’이다. 김 씨는 “작년 8월 건강검진 결과에 충격을 받았고 지인의 추천으로 ‘비타민C 메가도즈(megadose·과복용) 요법’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랜 습관대로 빨리걷기 1시간과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100개씩 하지만 따로 식단은 관리하지 않는다. 결과는 어떨까.  
“올 1월에 재검진을 했는데 모든 수치가 말도 안 되게 좋아졌어요. 의사 선생님이 ‘이건 운동만 해서 되는 게 아닌데 특별히 한 거 있냐고 물어봤다니까요. 남들이 뭐라 하던 계속 이렇게 (약을)먹을 겁니다.”    

10대부터 노인까지 ‘영양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끓어오르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야 늘 있어 왔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핫한’ 제품을 적극 찾아 나서고 이 정보가 각종 온라인 공간에서 퍼져나가기를 반복하며 유행을 이끄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건기식이 식사·운동·여행처럼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건기식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대중화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1000명 중 84.5%가 “건기식을 복용중”이라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90% 이상으로 가장 높았지만 20~30대의 70~80%, 10대의 67.8%도 건기식을 먹고 있었다. 한국건강기능식협회는 지난해 5조원(4조9805억원)에 육박한 국내 건기식 시장이 2030년 2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본다.

연령별 건기식 복용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30 “면역력이라도 있어야죠”30대 백지우 씨는 “코로나 이후엔 모이면 ‘면역력만이 살길’이라고 한다. 옷이나 가방을 사는 것보다 건기식에 돈을 쓰면 나한테 투자하는 것 같아 같은 돈을 써도 죄책감이 없다”며 “친구들과 ‘챌린저스’란 앱을 깔고 매일 건기식을 챙겨먹는 목표를 세워 실천 중인데 생활에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 헬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의 경우 지난해 2030대의 건기식 구매액이 전년 대비 32%나 늘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과거엔 홍삼·유산균이 건기식을 대표했지만 젊은 층의 유입으로 콜라겐·히알루론산·멀티비타민·다이어트 등 기능별로 다양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층은 건강을 자기관리로 여겨 가격대가 높아도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며 “2023년까지 건기식 매출을 두 배 이상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유행의 속도와 방식이다. 건기식협회가 구매액 기준으로 집계한 인기 건기식 톱3는 수년 간 ‘홍삼·프로바이오틱스·비타민’이 독차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제품(성분)이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식품의약안전처 등록 건기식 종류는 2012년 1만2495개에서 2019년 2만6342개로 두 배가 됐다. 

 

급증하는 건기식 종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례로 최근엔 혈액순환에 좋다는 아르기닌,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오쏘몰 이뮨(고농축 액상비타민)’, 감태추출물이 수면유도를 돕는다는 ‘파이토뉴트리’, 면역력에 좋다는 ‘헤모힘’, 맥주효모 ‘비오라보 비어헤페’ 등이 많이 회자된다.
 
김민수 롯데홈쇼핑 건강식품팀 선임상품기획자는 “홍삼이나 비타민 같이 스테디셀러도 있지만 2019년 노니·시서스·크릴오일, 2020년 프로틴(단백질)과 타트체리 등 화제가 되는 제품들이 확 떴다 꺾였다 하는 시장”이라며 “새해 들어선 기능성 콜라겐 등 피부 관련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영양제추천'을 검색한 화면(왼쪽)과 온라인 맘카페에 올라온 영양제 관련 글.

의사·약사 대신 인플루언서?  

건기식 유행에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가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한다. 실제 소비자 데이터 기업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모바일 쇼핑몰에서 건기식을 샀다는 응답이 절반(47.9%)에 가까웠다. 이 수치는 30대에선 82.2%까지 치솟았다. 또 가장 신뢰하는 건기식 정보 채널은 ▶인터넷 검색(29%) ▶가족·친구·지인(26.7%) ▶인터넷 카페·커뮤니티(6.9%) ▶동영상 플랫폼(4.2%) 등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구매가 늘수록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건기식 구매 채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패션 홍보대행사 대표인 A씨(40대)는 “인플루언서는 아무래도 연예인 모델들보다 본인 채널을 통해 사적인 소통을 많이 하다보니 영양제나 건기식 질문도 많이들 하고 대답도 잘 해준다. 얼마 전 옷을 파는 라방(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하는데 거기서도 ‘언니 영양제 뭐 먹어요’ 질문이 많더라”고 전했다.  
 
엄슬기(35·여)씨 역시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면서 효소를 먹게 됐다”며 “의학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직접 먹어보고 좋아졌다는 걸 꾸준히 올리고, 실험까지 해가며 와 닿게 설명을 해주니까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A씨는 “건기식은 입소문과 트렌드의 영역이 됐다. 아는 사람만 안다, 나만 안다고 생각될 때 굉장히 사고 싶어지는 품목”이라며 “인플루언서들은 ‘교과서에 충실해서 서울대 갔다’는 식이 아니라 ‘이런 거 저런 거 챙겨먹고 예뻐졌다’고 하니까 오히려 더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개인 맞춤형’시장에 사활거는 업계 

나에게 더 맞는, 더 좋은 성분과 제품을 찾으려는 소비자 수요가 커지자 업계도 ‘개인 맞춤형’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비자가 뷔페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담듯,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영양 상태에 따라 나만의 건기식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풀무원건강생활은 지난해 7월 일찌감치 건기식 소분판매 서비스인 ‘퍼팩’을 선보였고, 한국암웨이도 올 들어 비슷한 형태의 ‘마이팩 바이 뉴트리라이트’를 출시했다. 동원F&B는 건기식 브랜드 GNC의 맞춤형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비자 유전자검사 서비스 검사 항목을 14종에서 50종으로 넓혔고, CJ제일제당도 유전자 데이터 분석기업과 손을 잡고 맞춤형 건기식 사업모델 구축에 나섰다. 유통기업도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매장 내에 맞춤형 건기식 매장을 마련했고, 롯데마트는 지난달 ‘비바 건강마켓’이란 상표권을 출원해 관련 시장 진출을 검토중이다.   
 
강백준 한국암웨이 홍보팀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건기식에 대한 관심이 면역력뿐 아니라 눈·모발·피부·장·뼈 등으로 세분화·전문화되고 있다”며 “한국에서 맞춤형 건기식 시장은 이제 시작단계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소비자 기호를 최대한 반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추천 비타민 복용법

전문가들은 건기식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오·남용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 섭취만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는 수준에서 비타민 및 무기질을 섭취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온라인 복용관리 플랫품을 운영하는 ‘아약(아는 약사)’ 공동대표 장지나 약사는 “한국인은 몸에 좋다는 건기식은 해외에서 어렵게 구해와서 먹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오·남용이 심한 편”이라며 “건기식은 약과 달리 부작용은 적겠지만, 질병이 있는 경우 특정 약과 함께 섭취해도 문제가 없을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올바른 복용법이다. 오범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용성인 비타민 A·D·E·K는 공복에 먹으면 흡수율이 낮아지므로 식사 중에 복용하는 것이 좋고, 수용성인 비타민 B·C는 식사 직후 복용하면 음식물과 함께 섭취한 영양소의 대사가 원활해져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에 궁합이 있듯이 영양제도 서로 도움이 되는 성분이 따로 있다. 오 교수에 따르면 비타민C는 비타민E와 함께 먹을 때 몸속에 빨리 흡수되고 항산화 효과도 높아진다. 또 칼슘은 비타민D와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월등히 좋아진다. 반면 철분과 칼슘은 서로 흡수를 방해해 1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먹는 것이 좋다.    
 
강재헌 강북삼성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다수의 학자들이 충분한 비타민 섭취가 어려울 때 건기식으로 보충해주는 건 공감한다”며 “다만 업체 광고나 인플루언서의 말에 현혹되기보다 식약처에서 어떤 효능으로 건기식으로 인정한 제품인지 따져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소아·배정원·유지연 기자 lsa@joongang.co.kr 

 

출처 : 중앙일보

기사원문 : mnews.joins.com/article/23997700#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