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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도시 볼로냐, 부자된 비결은 협동조합

KBEP 2012. 12. 16. 16:34


협동조합, 참 좋다
김현대·하종란·차형석 지음/푸른지식·1만5800원 

<협동조합, 참 좋다>는 협동조합에 대한 한국인 다수의 기성관념을 단박에 흔들어 놓는다. 세계 곳곳의 협동조합 현장을 취재한 현역 기자들이 쓴 이 책은 진짜 협동조합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국내에선 드문 협동조합 소개서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이고, 7월 첫주는 ‘세계 협동조합 주간’이며 7일은 ‘세계 협동조합의 날’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올해 12월부터 새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탈리아 북동부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협동조합 8000개가 이루는 경제가 그 지역 경제활동의 30%를 차지한다. 중심도시 볼로냐의 협동조합 경제 비중은 45%나 된다. 인구 430만인 이 주의 1인당 소득은 4만유로(5800만원)로, 유럽연합 전체에서 5대 고소득 지역에 속한다. 1950년대만 해도 가난했던 이 지역엔 지금 이탈리아 전체 협동조합의 50%가 몰려 있다. 평균임금은 이탈리아 전체 평균의 2배이며, 실업률은 3%다. 그곳 사람들은 시장간다는 말 대신 “콥(coop: 협동조합)에 간다”고 한다. 택시를 타거나 집을 살 때,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낼 때와 같은, 그들의 거의 모든 일상이 조합과 연결돼 있다.

세계 최대 노동자협동조합이 있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몬드라곤도 그렇다. 프로축구팀 에프시 바르셀로나도 바르셀로나 주민 17만명이 출자해서 만든 협동조합이다. 미국 오렌지회사 선키스트도 그렇고, 버거킹과 던킨 도너츠, 케이에프시도 모두 가맹점주가 조합원인 협동조합 기업을 통해 식재료와 인테리어 제품들을 구입한다. 뉴질랜드의 세계 1위 유제품 수출업체 폰테라와 키위 수출업체 제스프리도 출자지분 100%를 농민들이 갖고 있는 협동조합 기업이다. 스위스 식품 소매시장의 40%를 점하는 미그로와 코프스위스, 네덜란드 3대 금융기관이자 세계 25위 은행 라보방크, 덴마크 비도우레 풍력발전소도 그렇다.

협동조합이나 협동조합 기업에는 이윤을 외부로 빼내가는 투자자들·큰손들이 따로 없다. 조합원들 자신이 바로 주인이며 충성스런 소비자고 이익의 최종 향유자다. 그 존재이유는 일반 기업처럼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조합원의 경제적 필요 충족과 심신의 복지 도모다. 평생 생활에 큰 불편이 없고 적당히 즐기며 먹고살 수 있는 볼로냐 시민들의 부의 개념은 한국인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들에겐 최고 연봉이나 명품, 백만장자를 목표로 삼아 안달하며 살 아무런 이유가 없다.

승자독식을 신조로 삼는 자본주의 기업, 더 많은 보수를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한발 빠른 승진을 위해 동료의 사다리를 걷어차야 하는 회사가 아니다. 소박하고 정직한 사람이 보람차게 일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이 많은 세상, 좀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세상의 모습들을 <협동조합, 참 좋다>는 보여준다. 세계의 협동조합 지도자들을 인터뷰하고, 한살림의 본고장 강원도 원주를 탐방하며, 새 법률이 시행될 경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갖가지 협동조합 아이디어들을 선보인다.

12월부터 새 법이 시행되면 출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5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신고만 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농협·수협·신협 등 특별법에 정해진 8종 외에는 설립 자체가 불가능했으나 이제부터는 금융·보험업 외의 모든 업종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한승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