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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garia Love/불가리아 뉴스

발칸반도에 한식 전파하는 불가리아 제빵사

by KBEP 2012. 10. 4.


<발칸반도에 한식 전파하는 불가리아 제빵사> - 연합뉴스

발칸반도에 한식 전파하는 불가리아 제빵사
발칸반도에 한식 전파하는 불가리아 제빵사
(소피아=연합뉴스) 이민지 기자 = 소피아에서 제빵사로 일하며 '한식 전도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죠지에바(26)씨와(오른쪽) 프레시안 페트로프(22)씨. 2012.10.2 mil@yna.co.kr

"불가리아 한류 팬 위한 요리책 내고 싶어요"

(소피아=연합뉴스) 이민지 기자 = "소피아에서 직접 담근 배추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 맛보실래요"

"발칸반도에서 음식 한류를 일으키겠다"는 크리스티나 죠지에바(26)씨와 프레시안 페트로프(22)씨.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있는 제과점 '선앤드문'에서 제빵사로 일하는 두 사람은 한국음식의 맛에 반해 2년 전부터 스스로 요리법을 터득해 이제는 한식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과 불가리아 양국의 요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두 사람은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요리가 아니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작품 같다"며 나름의 '한식론'을 펼쳤다.

두 사람은 2년 전 소피아에서 열린 한국 비보이 댄스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이미 '태왕사신기', '커피프린스 1호점' 등 한국 드라마를 봤고, 한식의 매력에 빠져 있던 두 제빵사는 즉석에서 "같이 한식을 요리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한국 식재료를 파는 상점 하나 없는 불가리아에서 한식 요리의 길로 들어서기는 쉽지 않았다.

한류 팬으로 만나 한집살이를 하게 된 두 사람은 유럽의 다른 나라까지 찾아가 한인 상점에서 한꺼번에 식재료를 사오기도 하고, 한국에 사는 사람을 통해 부산의 시장에서 새우젓을 공수하기도 했다.

한국음식 고유의 맛을 제대로 살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인 여행객들을 집으로 초청해 무료 시식을 부탁하기도 했다. 한국 요리책을 구해 읽다가 막히면 한국인 친구들을 찾아가 일일이 뜻을 물어가며 요리법을 터득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두 사람은 작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식요리 경연대회 '맛있는 서울 이야기(Delicious Seoul Story)'에서 두부김치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동영상으로 실시된 예선을 무난히 통과한 두 사람은 서울 결승전에서 두부김치와 막걸리로 한상을 차려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최종 후보 다섯팀을 누르고 우승했다.

페트로프 씨는 "한국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 먹는 걸 즐긴다는 점에 착안해 요리를 한 접시에 담아 세 명의 심사위원들이 나눠 먹도록 한 게 우승의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후 이들은 불가리아뿐만 아니라 인접국 루마니아에까지 명성을 떨치며 '발칸반도의 한식 외교관'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에서 온 배낭여행객들과 불가리아의 한류 팬들을 불러 집에서 요리하는 것은 물론 주불가리아 한국대사관 행사에도 요리사 자격으로 여러 차례 초청받았다.

지난 8월에는 인근 루마니아에 있는 한류단체의 요청을 받아 250여명분의 배추김치와 김밥을 준비해 인기를 끌었다.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와 육개장을 가장 좋아하는 한식으로 꼽는 죠지에바 씨와 페트로프 씨는 퓨전음식점을 열어 발효식품으로 유명한 한국과 불가리아 두 나라의 음식문화를 널리 알리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도토리묵, 제육볶음, 김치 등 한국 음식을 준비해 추석 명절을 보냈다는 두 제빵사는 "불가리아에 한류 팬이 3천명쯤 되지만, 한국 요리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쉽게 따라할 수 있는 50여가지 한식 요리법을 담은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음식 한류 전도사'들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이들은 "음악과 드라마 외에도 한식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좋아하는 '새로운 한류팬'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생기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m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