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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를 새 활로로

KBEP 2008. 2. 22. 18:34

EU를 새 활로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장 현 오 석

유럽연합(EU)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리프킨 교수는 삶의 질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중시하는 유러피언 경제모델이 쇠락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대신하여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유러피언 드림’이 발표된 2004년에는 EU경제가 부상할 것이라는 그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으나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이런 시각은 변하고 있다.

EU경제의 2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경제가 최근 회복되면서 유럽경제는 금년 2.9%의 성장이 전망되어 2.1%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을 25년만에 처음으로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EU25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06년 13조 9000억 달러에 이르러 12조 1000억 달러에 그친 미국과 격차를 더욱 벌려가고 있다. EU는 올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가입함으로서 27개국이 되어 세계 최대의 단일경제권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통상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EU와 대립해온 미국은 거대한 EU의 등장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새로 가입한 동구국가들이 조만간 서유럽경제에 큰 짐이 될 뿐만 아니라 기존의 EU체제마저 무너뜨리는‘트로이목마’가 될 것이라고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15개국은 신규회원국의 가입을 촉진하기 위해 ‘유럽협약’의 체결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규로 가입한 회원국들은 재정적 지원, 투자에 따른 고용증대, 수출시장을 확보함에 따라 단일경제권이 제공하는 혜택을 받게 되었다. 서유럽의 EU15개국도 신규로 12개국이 역내경제권으로 들어옴에 따라 시장확대 및 저임금에 따른 생산비용의 감소, 수출입 수속의 간소화 등 EU확대의 편익을 누리게 됐다.

중·장기적으로 모든 EU지역에 유로화가 도입된다면 환율리스크마저 없어짐으로써 EU전역은 인적·물적자원의 활발한 이동으로 폭발적인 경제적 시너지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U경제가 성장하면서 우리에게 EU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EU는 우리에게 네 번째로 큰 교역대상국이 되었으며 우리나라는 EU의 제 8대 교역대상국으로 등장했다. 특히 대 EU 수출은 2005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제 2의 수출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작년의 수출실적은 전년대비 11.0%가 증가한 484억 달러로 이것은 유럽경제의 성장과 신규가입국에 의한 시장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며 이런 추세는 금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요 수출품목으로는 평판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인데 우리나라 수출주력상품이 유럽에서도 잘 통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EU는 우리나라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으로 지난 해 말까지 404.5억 달러로 미국의 366.3억 달러를 넘고 있으며, 우리의 대 EU 투자액은 137.9억 달러로 중국, 미국에 이어 제 3대 투자대상국이 되고 있다.

코펜하겐연구소에 따르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에 따라 우리가 누릴 경제적 효과는 EU가 누릴 수 있는 것의 배가 넘는 10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가 우리와의 FTA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은 국제통상질서의 선점을 위해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협상에 자극을 받은 EU는 중국과는 달리 무역분쟁의 소지가 작은 우리와 FTA체결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멀고 정서적으로도 우리와 거리가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EU이지만 그들과의 교류확대는 우리에게 몇 가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세계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 EU와 동시에 FTA를 체결함으로서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세계경제질서에 능동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40%이상의 수입증가를 기록하고 있는 동구시장의 경우 시장 자체의 역동성이 주는 매력도 있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독립국가연합(CIS)국가에 진출할 발판을 제공해 준다는 점도 중요하다. 머지않아 EU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터키와의 교역과 투자확대는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가진 중앙아시아 국가로 나아가는 확실한 거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EU가 선도하고 있는 환경정책과 환경산업에 대한 벤치마킹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서 환경산업을 연구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EU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한·EU 교류확대와 FTA의 조속한 타결은 이를 위한 선결조건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