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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되는 오일쇼크

KBEP 2007. 10. 28. 14:08

재연되는 오일쇼크

 

※ 편집자주 = 두바이유가 배럴당 80달러,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 90달러를 돌파하면서 '3차 오일쇼크' '유가 100달러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들어 계속된 유가급등은 중동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안, 경제 팽창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중국.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석유 수요 급증, 달러화 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기수요 가세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므로 경기와 금융시장 등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특히 서민경제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는 향후 유가 흐름에 대한 전망과 유가 급등이 국가 경제 전반에 몰고올 파장, 우리나라의 대체에너지 개발 현황과 외국의 사례, 정부의 에너지 대책 등을 짚어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 세계 석유시장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연초 배럴당 57달러대이던 두바이유와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불과 10개월만에 각각 80달러, 90달러대를 돌파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비명이 쏟아지고 있다.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 돌파에 이어 향후 2∼3년내 200달러까지도 갈 것이라는 전망이 이제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1, 2차 오일쇼크 때보다 세계의 석유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고 물가 상승률과 석유 의존도 축소를 감안한 현재의 실질실효 유가는 1차 오일쇼크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폭등하는 유가가 실물과 금융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시장에 파급되면서 세계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 유가 100弗..'설마'가 '현실'로

지난 2005년 골드먼삭스가 유가가 '대급등(Super spike) 시대'의 초기에 접어들었으며 배럴당 105달러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을 때 시장의 반응은 '설마'였다. 하지만 이미 현실로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27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하루 만에 2.07달러나 뛰며 82.60달러로 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썼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가격은 1.40달러 오른 91.86달러를 기록,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퀀텀펀드의 공동 설립자이자 올해초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도래했음을 설파했던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도 여전히 유가 강세가 앞으로 몇 년은 더 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보수적으로 유가를 예측했던 국제 에너지분석기관들도 이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까지 갈 수 있다는 데 이론을 달지 않는다. 미국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CERA)는 지난달 24일 내놓은 유가 전망에서 그 시기를 내년 3.4분기로 예상했다.

세계 유가가 공급 부족으로 인해 고유가 국면을 이어간다면 내년 3.4분기 WTI 평균가가 100달러, 북해산 브렌트유가 98.50달러, 두바이유가 95.50달러선까지 갈 것이라는 게 CERA의 전망이다.

세계 에너지센터(CGES)는 배럴당 100달러에 달하는 시기를 내년 2.4분기로 보고 있다. CGES 역시 기준유가와 고유가, 저유가 등 3개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면서 이 가운데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이 시기에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평균 100달러선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경기의 후퇴와 국제수지 적자 확대로 인한 약달러 현상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이는 점이 고유가를 부추기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달러화 자산의 가치 하락을 우려한 헤지펀드들이 석유시장에 뛰어들어 투기적 수요를 촉발하고 있는 데다 달러화로 받은 원유대금의 가치하락 때문에 산유국들이 달러 약세를 유가 상승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 소비국 "증산하라" VS 산유국 "글쎄"

투기자금이나 지정학적 요인이 유가 급등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지만 결국 석유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원유의 공급을 움켜쥐고 있는 산유국들이다.

과도한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 침체와 석유 수요 감퇴를 불러와 소비국뿐 아니라 산유국에도 중장기적으로 이로울 게 없다는 점을 감안할때 공급여력이 충분하다는 신호만 시장에 전달되면 투기자금의 준동이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가격상승도 어느 정도 억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신호는 아직 시장에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주요 소비국들이 산유국 압박 전략을 쓰고 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WTI가 처음 배럴당 88달러를 넘자 미국 백악관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원유 소비국인 중국도 일주일 뒤인 지난 25일 베이징(北京)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측과 회동한 뒤 "유가가 너무 높다는 점을 OPEC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방 석유 소비국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석유 위기론'을 제기하며 OPEC의 증산을 촉구하고 있다. IEA는 지난 5월 세계 경제가 연평균 4.5% 성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세계 석유수요가 향후 5년간 매년 2.2%씩 늘어나고 하루 평균 세계 석유수요가 지난해 8천100만 배럴선에서 2012년 9천580만 배럴로 늘 것이라면서 하지만 공급은 기대만큼 늘지 않아 수급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수요의 상당분을 감당하던 유전들이 기존 설비와 기술로는 생산 한계에 도달해 예상보다 빠르게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고, 비(非) OPEC회원국의 생산 증가율은 연평균 1%에 그쳐 수요 증가를 따르지 못할 것이라는 게 IEA의 예상이다.

하지만 산유국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소비국들의 잇따른 증산요구에 "OPEC는 현 수준의 유가를 선호하지 않는다"면서도 "펀더멘털이 고유가를 떠받치고 있는 게 아니며 시장에 공급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믿는다"며 투기 세력에 책임을 떠넘겼다.

OPEC 회원국인 알제리의 차키브 켈릴 에너지장관도 "고유가는 생산 부족 때문이 아니다"며 내달 OPEC 비공식 모임에서 증산 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 확산되는 '석유 고갈론'..위기 증폭

기본적으로 유가 100달러를 점치는 기관 대부분은 늦어도 내년 3.4분기까지 유가가 정점에 달한 뒤 조정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배럴당 100달러라는 초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최근의 기름값 동향을 단지 수급 불일치나 투기자금 준동 등 일시적 요인으로 보는 게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석유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견해들은 최근 연이어 나오고 있는 세계 핵심 유전들의 고갈이나 생산량 한계설과 맞물려 있다. 미국의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 10월호 보도에 따르면 가와르 유전에 대해 지질자료 등을 토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이 유전의 매장량이 빠르게 줄고 있으며 사우디 당국이 새 유전을 찾기 위한 굴착사업을 최근들어 급격히 늘리는 등 원유 고갈의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

또 멕시코 산유량의 60%를 차지하는 세계 2위의 칸타렐 유전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물과 가스가 예상보다 빠르게 스며들면서 생산량 급감 위기에 처해있다는 관측이 나와 최대 원유 소비국 미국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IEA에 따르면 영국과 노르웨이가 생산하고 있는 북해 유전도 현재의 설비와 생산기술로는 생산량이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독일의 민간 에너지분석기관인 에너지 감시그룹(EWG)이 지난 22일 발표한 보고서는 이런 비관적 시나리오의 결정판이다. 이 기관은 지난해 하루 8천100만 배럴로 정점에 달한 세계 원유 생산량이 앞으로 매년 7%씩 줄어 2030년에는 3천900만 배럴에 불과해 다른 화석연료나 원자력, 대체연료로 보충하기 힘든 수준이 될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분석들은 2∼3년내 세계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전체 에너지의 44.3%(2005년 기준)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부 계획대로 꾸준히 낮춰도 2030년 여전히 석유 의존도가 35%에 달할 한국으로서는 또다른 `오일쇼크'를 감당해야하는 암울한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