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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농업의 열쇠,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KBEP 2024. 2. 24. 12:03
  • 박영수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선임연구원
  • 입력 2024.02.23 10:01
  • 박영수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선임연구원
  • 며칠 전 개구리가 울었습니다. 2024년 2월 14일, 덤바우의 이른 경칩인 셈입니다. 저쪽 산자락을 끼고 도는 계곡에서 가장 시끄러운데, 때마침 비가 내리니 그 소리가 더욱 우렁차게 들립니다. 

    “우렁차기는 뭐가 우렁차. 청승맞구먼.” 불릴 고추씨앗 선별하던 아내가 시큰둥하게 한마디 합니다. 긴 겨울 웅크렸다가 겨우 입 떼자마자 암컷에게 구애하느라 돋운 목청이 얼마나 간절하겠습니까? 이랬더니 아내가 씨앗 박스를 바닥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더니 갑자기 화를 냅니다.

    아내가 화를 내는 이유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것들이어서 무덤덤합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아내의‘적절한’지적에 다소곳이 반성하는 남편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반대로 남편의 지적에 순순히 따르는 아내도 드물 것입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하늘에 대고 삿대질 한다는 것이 더 그럴듯합니다. 머리 맞대고 함께 일을 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일의 굴레를 벗어나는 상상과 공상을 펼치기 일쑤이니 말에 가시가 돋치기 마련입니다. 며칠 후 고추 씨앗 움트면 당장 포트에 옮겨 심고 터널에 넣어 가온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 전후 작업이 다른 일에 엮여 꼬리를 물고 해일처럼 덮쳐 올 터이니 아내의 심정이 성마르다 해도 불만은 없습니다. 아내의 봄 투정입니다.

    “잘 좀 하지, 그랬어.” 안 그래도 신경이 곤두서있는 아내에게 한마디 합니다. 지난 해 어쩌다가 토종 고추 씨앗 한 가지를 채종하지 못했다고 해서 질책한 거죠. 씨앗채종은 올곧이 아내의 직분이라 마음 놓고 책임을 물었는데 엉뚱한 답이 날아옵니다. 

    생각해보니까 제가 심지 말자고 했다는 것입니다. 채종에 너무 욕심내다가 사달이 날 수도 있다며 종류와 양을 조정했다는 겁니다. 고추 뿐 아니라 다른 씨앗도 그랬다는 군요. 저는 기억이 나지 않는 군요. 아니, 기억이 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저수지의 물안개가 걷히고 일렁이는 푸른 물이 나타나듯 아내의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고작 한 줌도 안 되는 씨 건지는 건데 뭐가 어려워서 한 해 미루자는 거야?”

    무슨 일이든 시간이 지나면 아쉬운 법인 모양입니다. 토종 씨앗은 대개가 어렵사리 구하게 되는데 한 해 묵혀둔 게 이제 와서 아쉽습니다. 그나마 아내가 잘 보관해두었기에 올해 심으면 되겠습니다. 이런 경우‘정말이네. 올해는 죄다 묵히지 말고 이름표 붙여 잘 심어보자,’라고 하면 부부지간에 웃음꽃이 피겠습니다. 그러나 제 입에서는 엉뚱한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아니, 그런 말은 왜 따라해 가지고! 언제 내 말 들었다고, 엉? 청개구리야?!”이랬더니 아내가 갑자기 반사를 외치며 깔깔 웃습니다. 어깃장 놓기로는 아내도 덤바우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인지라 어이가 없군요.

    서양에서는 청개구리를 나무개구리라고 부릅니다. 다른 개구리와 달리 물가에 살지 않고 숲이나 산에 살 뿐 아니라 그들에게만 있는 발바닥의 빨판을 이용해 높은 곳도 잘 올라가서 그리 부른답니다. 어미를 물가에 묻고 비올 때마다 운다는 청개구리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니군요.

    “어머 그래? 근데, 나 바쁘니까 나가서 요 옆 매실나무 가지치기 좀 해봐. 이러다 꽃 피겠다.” 아내가 무심히 하는 말에 귀가 번쩍 뜨입니다. 나무 가지치기는 아내 독점으로 참견했다가는 대판 싸움이 나서 오래 전부터 저는 안 하는 작업입니다. 그러던 일을 무람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니. 십 년도 넘게 해보고 싶던 일이었으니 저도 티 나지 않게 답합니다. “어, 알았어. 비도 그친 것 같네.” 

    산과 들과 나무가 촉촉이 젖었습니다. 먼 마을에서는 안개가 피어오르고 해마다 겨울이면 기웃거리는 딱새가 저쪽 참나무 가지에 앉아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적막과 고요, 그 자체입니다. 더구나 매실나무의 꽃눈과 잎눈이 한껏 도드라졌으니 머지않아 봄이 터져 나오겠습니다. 

    “어머, 이 가지를 자르면 어떡해!” 봄이 위태롭게 오고 있습니다.

    출처 : 농업인신문(https://www.nongupin.co.kr)
  • 기사원문 : https://www.nongup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