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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농사] #1. 청년의 낙담, 기후 위기와 농업의 회복 탄력성

KBEP 2024. 1. 5. 06:03

입력 2024.01.04 06:00

자연 재해로 농사 망쳐도 다시 일어나던 힘, 앞으로도 가능할까

농업과 농촌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먹거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워낙 크고 방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먹고 사는 것과 가장 관련성 높은 산업영역인 농업은 인류의 운명과 함께 장구하게 흘러 갈 것이다. 여러 변화과정을 거치면서. 그렇더라도 산업사회에서 농민과 농촌은 다분히 홀대받고 있다. 농민의 손으로 완성되는 농업인 줄 알면서 귀한 줄 모르고 당연히 여기다보니 농업생산 자체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농업과 농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러니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있겠는가? 그 이야기를 담담하게 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로컬 카페의 청년 사장이 시금치를 심었다 실패한 논. 시금치 대신 풀들이 논을 가득 채웠다. 표준어로 뚝새풀, 남해말로 속세풀이다. / 사진제공=구자원 출처 : 피렌체의 식탁(http://www.firenzedt.com)

 

집 가까운 곳에 ‘로컬’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카페를 운영하는 젊은이가 있다.

지역민들에게는 30%라는 큰 비율로 할인을 해준다. 무엇보다 그 집에서 파는 식재료 중 커피나 우유 등 대체할 수 없는 것을 빼고는 지역의 것들을 최대한 많이 이용한다.

직접 키운 애플민트 이파리를 동동 띄운 채 청량감을 더해주는 음용수도 그렇거니와 바게뜨 빵조각 위에 올리는 페스토도 겨울철 우리 지역의 주요 소득원인 시금치로 만든다. 간식거리로는 가래떡에 조청을 발라주며, 커피류 외의 마실 거리도 지역의 식재료를 이용한 미숫가루를 전략상품으로 파는데, 인기가 좋다. 허름한 철공소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카페가 지역의 명물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덕분에 그 일대가 새로운 상권이 형성돼 이제 번화한 네거리가 될 판이다.

게다가 그는 카페 옆의 돌창고를 전시장으로 활용해서 지역의 나무나 거석(巨石)의 사진을 찍어 전시하기도 하고, 조각가나 화가의 작품에 소리를 입혀 전시하기도 한다. 돌창고는 우리 지역에서 많이 나는 청돌과 시멘트를 섞어 만들었다. 거기에 나락이나 비료 등을 쌓아두곤 했단다. 간혹 교회당이나 학교 부속건물도 그렇게 짓기도 하였으니, 시멘트가 있기는 하되 부족하던 시절의 지금은 사라진 건축기법이겠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미학적으로나 가치 측면에서 지역 자산으로 변모한 것이다. 물론 공적 구조에서 되살려낸 것은 아니다. 누구도 관심갖지 않던 공간을 한 젊은이가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흔하고 오래돼 버려진 공간이 어느 날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과정도 그렇고, 낡은 창고의 벽면에서 인증샷을 찍느라 돌창고 앞 잔디가 닳아 없어지는 모습에 적잖이 지역민들은 놀랐다.

그런 젊은 사장의 풍모를 살펴보자면, 인생에서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듯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다.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져서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또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딱 떠오르게 한다. 좌절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교훈도 부담될까 봐 못 던지게 되나니. 그런 그에게서 암담한 표정을 딱 한 번 읽었으니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젊은 사장이 로컬의 의미를 좀 더 살리고자 직접 농사를 짓기로 했나 보다. 작년에는 카페 주변의 조그마한 땅에 옥수수와 보리를 심더니 올해는 카페 주변의 제법 큰 논에 시금치를 심은 것이다. 시금치, 흔하고 쉬운 작물로 보이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특히 물빠짐이 좋아야 한다. 물이 조금이라도 끼는 곳이면 노균병이 들어서 잎이 노랗게 변하고 상품가치가 없어진다. 그러면서도 적당한 습도가 유지돼야 하기에 물사정이 좋은 논이 시금치논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텃밭에 무언가를 심어본 경험을 밑천으로 겁 없이 논시금치 농사에 도전했을 법한데, 아뿔싸 지난 가을의 날씨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다. 내내 가물고 고온이 지속된 바람에 오랜 농사경험이 있던 농민들도 실패하고 재파종을 한다거나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했다.

농민들에게 실패의 경험은 아주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던 일도 아니다. 농업에는 삶의 탄력성이 어느 정도 있어서 실패의 상황 이후 다시 재기를 해낸다. 문제는 재기하기 어려운 정도의 좌절이나 실패가 반복될 경우 농사도 삶도 포기하게 되는데 거기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외부적 요인으로 탄력성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1990년대 UR 협상 이후 심했고, 다시 최근의 기후위기 상황도 그런 편이다. 기후위기 상황이 한 두해의 경험으로 끝나면 농민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예측 불가한 날씨로 인한 농업 피해가 반복되면 농사짓기가 불가능해진다. 제아무리 탄력성이 좋은 농업, 농민들이라 해도 버티어 낼 수가 없게 된다.

젊은 사장의 시금치는 발아가 잘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발아율이 현저히 낮았다. 다시 발아하기도 하냐고 묻길래, 아주 일부는 발아되겠지만,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했더니,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어울리지 않게 낙담한 표정을 짓는 성공한 젊은이에게 농민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실패를 수도 없이 경험하고, 그러면서 또 배우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그렇지만 이렇게 심각한 기후위기가 반복되면 누구도 버틸 재간이 없어지게 된다고, 이번 주의 겨울철 고온과 다습도 한반도 기후로는 맛보지 못하던 결과라는 말은 애써 들려주지 않았다.

글쓴이 구자원은

경남 남해에서 마늘농사를 짓고 있다. 여성농민 생산자협동조합 언니네텃밭 운영위원장이다. 농촌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 도시로 이주했다가 결혼하고서부터 농촌에서 살고 있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농민이 농업의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출처 : 피렌체의 식탁(http://www.firenzedt.com)

기사원문 : https://www.firenzedt.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