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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병원, 한의학

한(韓)의학 현대화의 과제...서양의학 차입한다면 전통의학 차별성 아닌 변질일 뿐

KBEP 2022. 12. 13. 08:40

기사입력시간 22.12.12 07:48

[칼럼] 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우리나라 한의사 면허시험에 과학적 근거가 결여되고 한(韓)의사의 진료범위를 넘어서는 문제가 출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직종별 갈등사안으로 부상했다.

국제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서양의학의 주류의학에 더불어 오랜 세월 존속해 오던 전통의학이 존재한다. 아시아 국가는 중국과 인도의 영향으로 많은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어렵지 않게 전통의학을 발견할 수 있다. 캐나다와 호주는 아시아계 이민이 증가함에 따라 이민자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던 전통중국의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국가단위의 자격과 면허에 관한 시험제도도 만들었다. 미국은 현재 한 개의 주에서만 전통중국의학을 인정하고 영국은 아직 전통중국의학을 인정하지 않는다. 캐나다는 이미 침구사, 한약사, 그리고 한(漢)의사의 3단계별 면허시험제도를 설립했고 정식 한의사 자격은 4년의 한의학 공부와 1년의 인문학을 수학해야 한다. 

한(漢)의학의 현대화, 면허기구 설치하고 자격과 진료범위 규정 

전통중국의학인 한(漢)의학의 현대화는 우선 중국 한의학에 대한 주(province) 단위별 규제기관인 면허기구를 설치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의학을 인정하는 캐나다 내의 여러 주가 모여 한 개의 연합체를 구성해 전통중국의학을 담당하는 한의사(Traditional Chinese Medicine Doctor) 자격과 진료 범위(scope of practice)를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 내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 지역에서 언어 차이로 다르게 명명돼 다르게 발음된 한(漢)의학 관련 용어를 영어로 표준화시켰다.

전통중국의학의 중요한 이론 중의 하나인 경혈에 대한 명칭도 영어로 통일하고 국제적 부호를 부여했다. 한약에 대한 명칭도 영문으로 통일화하고 이제 용량에 대한 표준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홍콩계 이주민의 이민과 홍콩 출신 전통중국 한(漢)의사의 주도적인 역할과 국제간 협력으로 캐나다 내에서 본격적인 보건의료인 전문직으로 구색을 갖추게 된 한편, 전통중국의학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도모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나 호주에서 벌어지는 전통중국의학의 현대화는 한(韓)의학의 현대화를 현대적인 서양의학의 진단과 치료의 기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판이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달리 표현한다면 우리나라는 한(韓)의학의 뿌리인 전통중국의학이 갖고 있는 장점과 특성을 국제적인 표준화를 만들어 내고 이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韓)의학에 대한 한계의 극복을 위해 현대 서양의학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내용을 차용하려 하는 것이다. 

캐나다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캐나다 전통중국의학과 침술을 위한 민간자율면허기구 연합체(The Canadian Alliance of Regulatory Bodies for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ractitioners and Acupuncturists, CARB-ACOR TCMA)를 설립해 캐나다 모든 주를 총괄하는 전통중국의학의 면허조직을 설립하고 한(漢)의학의 질적 향상과 환자와 사회를 보호하는 자율에 입각한 현대적 보건의료인 제도를 구축한 것이다. 

캐나다 면허기구 연합체에서 제정한 전통중국 한의사의 표준역량은 전통중국의학 이론에 기초를 두고 진단과 치료를 위한 원칙, 방법의 선택 그리고 전통중국의학 이론에 기초한 원리에 따라 검사, 청진 및 후각, 질문, 맥박 측정, 촉진 및 증후군의 감별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침술, 뜸, 영양 상담, 추나요법과 운동 요법이 진료영역에 포함된다. 

캐나다 한의사 면허기구 연합(CARB-TCMPA)은 캐나다 전통중국의학 실무를 위한 표준역량을  2008~2010년 3년 동안 개발해 출간했다. 범캐나다(pan Canadian) 전통중국의학 한의사 면허시험을 위한 출제계획표(blue print)는 CARB-TCMPA가 개발한 표준역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통중국의학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역시 표준역량이 바탕이 되고 있다. 전통중국의학을 위한 교육과 평가가 표준 역량을 바탕으로 일관성을 보유하고 하고 있는 것이다. 표준 역량을 바탕으로 출제계획표를 구성한다.

한(漢)의학 시험도 전통중국의학 이론과 진단과 치료가 전부...서양의학 내용 없어 

전통중국의학 한의사 면허시험은 출제계획표와 한(漢)의사 국가역량의 연계로 응시자가 획득한 점수가 전통중국 한의사로서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시험 내용은 침술, 본초학 및 개업의를 위한 규제에 관한 내용으로 대별된다. 전체 문항에는 전통중국의학의 기초와 관련된 문항, 그리고 전통중국 한의사의 캐나다 국가표준 역량에 근거한 진단 및 치료에 관한 문항으로 구성돼있다. 임상 상황에 관련된 문항은 기초 지식의 응용과 비판적 사고를 점검하는 문항이다.

문항은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환자가 포함되고 임상영역은 다양한 질병을 가진 내과(Nei Ke), 외과(Wai Ke), 산부인과 산부인과(Fu Ke), 소아과(Er Ke), 정형외과 및 외상과(GuShang Ke), 안과 및 이비인후과(Yan, Er Bi Hou Ke) 관련 진료에 관한 출제계획을 바탕으로 한다. 

범 캐나다 한(漢)의사 면허시험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출제계획표와 별도로 문항내용을 질병이나 증상으로 표현해 일목요연하게 도표로도 제시되고 있다. 면허시험 범위에 속하는 질병을 현대적인 생의학적(biomedical condition)용어로 표현된 54개 항목과 전통적인 한의학 용어로 증상과 질환이 혼재돼 표현된 약 150여 가지 상황을 열거해 응시생의 면허시험 준비를 돕고 있는 것이다.

표본(sample)으로 제시된 캐나다 한의사 시험 문제를 보면 캐나다의 한(漢)의사 시험에서 우리나라의 한(韓)의사 면허시험 문제와 같이 과학적 근거가 문제되거나, 실제로 임상적 효용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암 치료 등에 관한 문제소지의 문항은 없어 보인다. 문항의 답가지에도 서양의학의 검사표준치는 제시되고 있지 않다. 표준 문항에 제시되는 것들도 전통적 한(漢)의학 이론과 진단과 치료에 관한 내용이 전부로 보인다. 시험문항이 국가표준 역량과 연계돼 있어 표준역량 밖의 출제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관공서의 문건에 한자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느덧 한자는 우리사회에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학 신입생의 인적사항 기재에 한자로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없는 학생도 많이 등장했다. 한자는 바야흐로 소멸의 시대를 걷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원인은 한자도 동아시아 문화의 산물로 매우 훌륭한 글임에는 틀림없으나, 한글이 우리나라의 언어체계에 훨씬 편하다는 것과 근현대사에서 우리나라가 한자의 발전에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입장이 아니었다는 등의 이유가 한자의 소멸 과정을 걷고 있게 한다는 것이 필자의 사견이다.

한(韓)의학 서양의학 차입한다면 전통의학 차별성 아닌 변질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한(韓)의학이 비록 중국의 한(漢)의학과 한자를 다르게 사용해 독립성과 차별성을 추구하나, 전통중국의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한(韓)의학이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원조적인 입장도 아니고 시대가 변천함에 따라 별다른 독자적인 발달과 진전을 보여주기 못하는 느낌이다. 여기에 홍콩이 중심이 된 영어권 나라의 전통중국의학 진출에 동참도 하지 못하고 있다. 허준과 이제마와 같은 훌륭한 우리나라 전통의학자의 출현은 이제 불가능한 현실인 모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통의학은 지속적으로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시도하고 있다. 본래 전통의학 전공자로서 자신들의 고유의 영역이 존재하나 서양의학과의 경쟁에서 한(韓)의사가 느끼는 전통의학에 대한 스스로의 한계를 현대적 의과학과 기기 사용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한의사의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원인인지, 최근 교통사고 보험 진료에서 보여주는 한(韓)의학의 왜곡을 보며 현재 전통의학의 바람직하지 않은 전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韓)의학이 글자 그대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위치를 자부한다면 전통의학의 이론과 실제를 바탕으로 지속적 발전을 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서양의학의 일부 진단과 치료의 역량을 차입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 전통의학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한(韓)의학의 차별성이 서양의학의 부분 차입과 전문직의 윤리성을 넘나드는 진료활동으로 변질되는 모습이 아니라, 본래 우리나라 한의학이 갖고 있는 특성을 살려 발전시켜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1만5000가지의 질병이 존재한다고 한다. 서양의학은 이중 500개 정도 감당 가능하나 아직도 정복 못한 것이 수두룩하다. 그러기에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대체의학이나 전통의학을 존치시키고 면허제도로 전문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의료제도(Medical regulation)가 잘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인 직역간의 갈등은 상존할 수 있고 적절한 자율과 견제 장치가 없는 나라에서 표준이 아닌 비정통적인 의료는 항상 문제될 수 있다.

전문직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인 사회적 중심 가치와 보편적 가치의 수호가 전문 주도로 훼손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전통중국의학을 허용하는 대만이나 싱가포르를 보면 적절한 한(漢)의사 수와 적절한 규제로 우리와 같이 과학적인 의학과 전통의학이 갈등구조를 만들고 있지 않다. 대만은 제도적으로 전통의학이나 서양의학 졸업생이 추가교육으로 양쪽 면허와 양쪽의 확장의료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의 의료규제 원칙에서도 두 직역 이상의 확장의료(extended practice)를 원하면 두 가지 직역에 대한 별도의 교육과 시험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보여주는 한(漢)의학의 현대화를 보며 앞으로 한(漢)의학 서적을 영어판으로 읽어야 하는 세상이 올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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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메디게이트뉴스

기사원문 : https://www.medigatenews.com/news/406286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