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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료기기 Compliance, 뉴노멀 시대의 규제와 새로운 제도

KBEP 2022. 5. 30. 11:43

[5월 의료기기의 날 기념 특집기고]
박희정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윤리위원회 위원(휴젤 Healthcare Compliance Officer)

메디파나 기자

2022-05-24 11:17

1998년 퓰리처상을 받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는 스페인의 잉카문명 정복을 소개한다.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와 잉카의 마지막 황제 아타우알파는 페루의 고지대에서 마지막 전투를 치르는데 숫자상으로는 스페인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스페인군은 단 168명이었고 잉카 전사는 8만 명이었지만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스페인의 승리로 끝이 난다. 스페인군의 승리 이유는 총, 말, 전염병 세 가지였다. 총소리와 기병대의 돌격에 놀란 잉카 전사들은 혼비백산 흩어지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천연두균에 속수무책 쓰러졌다. 

스페인이 일부러 천연두를 퍼트린 것은 아니었지만 항체가 없던 원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잉카제국을 무너트린 스페인의 힘인, "총은 군사력, 균은 병원균과 면역력, 쇠는 금속과 군사제도, 종교, 문자 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런 스페인의 "총, 균, 쇠"는 그들이 인종적으로 우수해서 선점된 것이었을까? 

저자는 스페인의 선조가 문명부흥 이전에 우연히 자리 잡은 공간, 즉 지리적 환경의 우수성에 기반해(중앙아시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 풍족한 식량과 인구로 동아시아로 팽창하게 됐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또 하나 부흥의 대단한 이유 하나가 바로 '면역력'이었다. 

스페인의 선조들은 가축이 된 동물들에게서 발생한 병원균에 자연스레 노출됐고 높은 인구밀집도 때문에 전염되고 희생되고 또 살아남고 면역력을 갖추게 됐고, 결국 문명의 우열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뉴노멀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전 세계의 감염병과의 사투와 수년간의 힘겨운 인내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가 집단으로 새로운 환경에 대한 공통의 주제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극복을 의한 역량에 집중하면서 정부-의료계-산업계가 한팀을 이루며, 한목소리로 '환자'에 더 집중하며 기민한 정책과 방향성을 가지고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전 의료진 간의 협진 개념으로만 허용됐던 '원격의료'가 코로나로 인해 전화 상담과 처방 등으로 한시적 허용이 이뤄졌고, 나아가 ‘디지털 헬스케어’정립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 했다.

국내에서의 규제환경 역시 변화하고 있다. 열린 사고로 정부-의료계-산업계가 노력하고 있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안정화와 함께 새로운 시대에서의 의료기기산업의 성장 역시 더욱 진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에 합의를 이루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서의 산업의 성장, 그리고 규제강국으로서의 Compliance에 대한 새로운 제도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2010년 쌍벌제 시행 및 청탁금지법 시행 등의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규제 속에서, 2019년 코로나로 인한 환경적 변화에 따른 물리적 접근의 변화는 규제환경 속에서 대단한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을 가져왔다. 물리적 접점이 있는 대면을 기준으로 정립됐던 세이프 하버(Safe harbor)(보건복지부령 시행규칙에 따른 '허용가능한 경제적 이익', 안전지대)에서 물리적 접점을 넘어선 비대면의 다양한 멀티채널을 통한 여러 활동과 그에 따른 허용가능한 경제적 이익에 대한 정의 역시 재해석이 필요됐다.

즉,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학술활동은 어떤 형태로 정의될 수 있는지 그에 따른 절차와 증빙은 어떻게 구비돼야 하는지, △온라인 학술대회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 허용가능한 경제적 이익 범위는 어떻게 돼야만 하는지, △온라인 전시광고는 참석자 숫자까지 고려해 어느 정도가 대규모의 학술대회로 정의될 수 있는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몇 개까지 광고를 허용할 것인지, △온라인 제품설명회에서 식음료는 제공될 수 있는 것인지, 제공된다면 어떻게 제공될 수 있을 것인지, △온라인 행사에서 기념품에 대한 정의를 어디까지 두어야 하는지, 규약상의 취지에 맞춰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 등, 불과 2년 사이 새로운 환경에서의 '물리적 변화'와 '규약의 취지'에 대한 집단적 논의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전통적으로 해석되고 지켜져 왔던 규칙, 원칙을 근간으로 '온라인 및 멀티채널'에서 어떤 해석이 규칙과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그리해 어떤 형태로 운영돼야 마땅히 compliant 한 것인지, 정부-의료계-산업계에서 무수히 많은 논의와 다양한 해석을 통해서 규칙과 원칙을 재정의하고 재정리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결과의 통보가 아닌, 규약의 해석과 취지를 다시 돌아보고 재정리하며 원칙을 재상기했고 새로운 환경에서 필요한 내용을 재정의했고 합의했다. 이런 결과를 내기까지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가 한마음으로 논의했고,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회원사로서 감회가 남달랐던 시간이었다. 

회원사들간의 집단논의를 진행하며 또 참여하며,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새삼 10여 년 전 쌍벌제 시행 때의 집단지성과 집단토론의 기억이 떠올랐다. 법령과 원칙의 취지를 어떻게 더 잘 지키며 운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회원사들과 이를 수렴하는 협회를 보며 다시 한번 각 전문영역에서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한 안도감과 기민한 경쟁력을 보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compliance와 규제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멀티채널을 통한 활동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어디까지,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세부논의는 지금도 진행 중이고 환자를 위한, 그렇기에 더욱 성숙하고 합리적인 헬스케어규제를 한마음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의료계, 산업계가 원팀으로써 '규제'를 다시 바라보고 재정립하는 시대적 흐름에 서서 'compliance'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리베이트 행위'라고 명명되는 원칙적 금지와 허용 가능한 경제적 이익으로 불리는 형태의 활동들, 헬스케어에서의 지금의 상황은 결국 금지된 행위에 따른 '처벌'에 집중되지 않고 밑단부터의 자정, 재정립, 논의, 해석, 합의, 협의에 집중돼 있고 이는 결국 성숙한 도덕성과 compliance 정신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규제에 따른 처벌과 제재를 따지고 걱정하는 것이 아닌, 원칙을 응당 수호하며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를 고민하고 만들어내며 어떻게 더욱 성숙하게 이를 운영할까를 협의하는 compliance 상황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오늘이 된 것이다.

결국, 규제를 넘어선 새로운 제도는 도덕성과 성숙함에서 기인한다. 상황이 변했다고 변칙에 따르는 것이 아닌 변화된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성숙함을 고민하는 것은 그 성숙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 그 결과 숨 가쁜 팬데믹 상황에서도 헬스케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규제에 대한 해석과 제도를 지켜내고 새로운 제도를 정립해 온 것이고 여러 합의를 이끌어 냈다. 

팬데믹이 끝났다고 해서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제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뉴노멀에 기반한 제도는 새로운 시대에서도 더욱 고민하고 재정리돼 합의를 통한 지속 가능한 결과를 계속 만들어 낼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재정립돼야 할 사안도 많다. US-Sunshine Act의 disclosure(공개)와 같은 지출보고서 국민공개, CSO(홍보영업대행사) 관련 제도마련,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제도마련 등 앞으로도 논의하고 정립해야 할 제도가 대기 중이다. 

그럼에도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전통적 '규제'에 대한 compliance 접근이 아닌, 규제를 넘어 당연히 원칙을 지켜내며 ‘제도’를 마련하고자 하는 compliance에 대한 인식변화, 성숙함에 근거해 결국 더 의미있고 합리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헬스케어 산업군에서도 강력한 규제를 겪어온 한국은 한때는 고통스러운 적도 있었고 지금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존재할 것이다. 글로벌과의 규제조화를 이루면서 한국만의 K-Healthcare, K-Compliance를 제도화해 나가는 현재 이 시점에서, 이 시대의 인류문화서라고 불리오는 '총, 균, 쇠'의 여러 구절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지리적, 환경적 요인에 따라 문화적 우수성을 일찍 습득하게 된 여러 국가가 강력한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면역력'이었다. 

한국은 전 세계 헬스케어 산업군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한 여러 규제를 겪어왔고 이를 지켜내 왔고 더 나은 방향을 위해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면역력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살아남는 것의 의미가 아니라, 이전의 실패와 상처를 유전자에 새겨넣고 그 상흔 위에 이를 극복해내는 새로운 성장을 쌓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compliance 제도와 의미에 대한 해외의 성공사례공유에 대한 문의와 요청을 받을 때 더욱 생각나는게 있다. 강력한 규제의 소용돌이를 지나오며 산업군에서의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은, 시작은 자의와 타의에 의해 규제화 했지만, 규제를 넘어선 성숙함을 이뤄냈고, 그 성숙함은 뉴노멀 시대에서도 응당 최선의 방향으로 전환되고 변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2022년은 의료기기산업계로서 의미 있는 한해였다. 여러 논의와 협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수많은 논의와 확인, 협의를 거친 후, 규약과 법령, 워킹 가이드라인,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회 내부지침, Compliance 체크리스트, 실무적 Q&A를 모두 아우르는 '2022 KMDIA 의료기기 리베이트 예방 및 공정거래 안내서'가 발간됐다. 이는 결국 헬스케어산업군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의 축소판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와 의료계 산업군이 한목소리로 헬스케어 산업군의 성장과 성숙한 제도화를 성과로 이루어내고 있다. 

협회의 안내서와 같은 결과물과 헬스케어 산업군에서 협의된 여러 결과물들은 위기 속에서 검증된 성장의 방향과 지표라고 생각한다. 경험하고 검증됐던 우리의 compliance 결과물은, 원칙의 규제를 넘어서 그 이상의 헬스케어 compliance, 의료기기 compliance 지표로써 결국 새로운 제도에서 풍부한 경험과 넓은 지평을 가진 산업군의 안내자이자 조력자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고] 박희정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윤리위원회 위원(휴젤 Healthcare Compliance Off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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