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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점자 태권도교본

KBEP 2022. 5. 6. 06:49
  • 중부매일
  •  승인 2022.05.03 17:14

[스포츠인문학]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지난주 고양시에서 개최된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를 이야기하던 중 한 전문지 기자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태권도교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 그리고 세계태권도연맹의 공식 교재는 없다. 그리고 장애인태권도협회가 설립됐지만 아직 시각장애인용 태권도교본 개발된 것은 없으며 일부 태권도인들에 의해 시각장애인용 태권도교재 개발은 준비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 대화를 하고 어렴풋이 접한 청주 시각장애인 태권도의 전설을 들은 기억이 생각났다. 51년전 1971년 5월 4일자 경향신문 주재용 기자의 '불구 이긴 집념'이라는 기사를 찾았다. 그 기사 일부를 재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971년 충북 청주 서문동 220번지에 자리한 태권도장 청도관에는 오후 6시부터 3시간동안 시각장애인 11명의 태권도 수련생들이 수련이 한창이었다. 당시 35세 정갑순 관장의 지도아래 서울에서 개최되는 태권도대회 출전을 위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었다. 청주맹학교에 재학중인 18세의 김장선 선수를 중심으로 1년 6개월만에 초단 2명, 3급 5명, 4급 3명으로 유단자와 유급자로 구성돼 있었다. 시각장애인선수들은 대부분 맹학교에서 안마사나 침술사의 면허를 가지고 있었다. 대련중에 부상을 입으면 관원들에게 침과 안마를 해주며 도장내에서도 일반 수련생들과 문제없이 잘 어울렸다.

이들이 태권도를 수련하게 된 동기는 청주시내 중앙공원에서 만취된 불량배들에게 뭇매를 맞고 호신술을 의 필요성을 느낀 김장선, 오병덕, 홍순복 군 등 세사람이 태권도장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도장을 방문한 이들이 '앞을 보지 못하는데도 태권도를 수련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정관장은 당황해 했다. 일반수련생들과 비교했을 때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몇일을 찾아와 태권도를 지도해 달라는 성의에 마침내 승낙했다.

시각장애인을 처음 지도하게 된 정 관장은 시각장애인 학습을 위해 연구교재 등을 만들어 시각장애인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일반인들에 비해 신경이 예민해 이들만의 시간을 별도로 지정해 수련하게 했다. 일반인들에 비해 수련시간이 3배는 더 필요했고, 동작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져 가며 형을 익히게 했고, 수련이 깊어질 수 록 모든 형을 마치면 자유대련까지 할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말초신경이 잘 발달된 탓에 상상외로 빠른 성장을 했다.

이 기사의 내용처럼 시각장애인을 지도하는데는 전문적인 지식없이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리고 장애인태권도대회가 아닌 일반대회에 출전하던 시절로 장애인들이 입상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장애를 극복하고 태권도수련에 매진한 시각장애인 11명의 투혼은 오래도록 기록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세계 210개국에 보급됐고, 1억여명의 수련생과 남녀노소 누구나 수련할 수 있다는 태권도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재가 아직도 개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는다. 유도의 경우는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협회(IBSA)에서 유도교재를 개발한지 오래다. 장애인유도는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시각장애유형이 채택될 만큼 성장했다.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출처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http://www.jbnews.com)

전국에서 20년 넘게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함께 하는 사회가 되기 위한 노력이고 권리를 찾기 위함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장애를 극복하며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미래 스포츠다. 태권도는 K-스포츠이자 세계인들에게 알려진 한국의 대표무예이며, 세계에 가장 많이 보급된 스포츠중 하나고, 올림픽종목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 곁에 있는 시각장애인들의 배려는 소홀했다. 태권도 제도권에서는 51년전 청주시에 소재했던 태권도장 청도관에서 수련했던 11명의 시각장애인 태권도선수들을 기억하길 바란다.

출처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http://www.jbnews.com)

기사원문 : http://www.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