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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진단] 뭉개진 인사 메시지, 조율이 필요하다

KBEP 2022. 4. 11. 07:13

판정 실수에 판독 번복...항의만 하면 징계 언급
양진방 회장, 인사 메시지 다시 점검해야

  • 양택진 기자
  • 승인 2022.04.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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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국가대표 1,2차 예선전, 최종선발전, 세계선수권 평가전, 아시안게임 평가전서 일어난 판정 실수와 판독 번복, 그리고 항의하는 지도자들에 대한 고위급 임원들의 잦은 징계 언급. 전 심판위원장 사퇴와 신임 심판위원장 위촉 후 우려되었던 진통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각각의 사안을 [장면]을 통해 진단한다.

평가전 대표자회의 장면

[장면 1] 4점 차로 지고 있던 청 선수가 3회전 버저비터 머리공격을 성공시킨다. 일단은 돌개차기로 보였고, 표출기 버튼 타이밍을 놓친 부심들이 주심에게 콜을 한 후 주심이 테크니컬 포인트 2점을 선언해 역전이 되었다. 홍에서는 영상판독을 신청, 회전 이후 이중동작에 의한 돌려차기 공격을 주장했다. 영상판독 심판은 화면 판독 후 이를 인정, 테크니컬 포인트를 삭제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청에서 홍 선수가 종료 전 한계선 밖을 나갔다며 감점을 요청하는 영상판독을 신청한다. 받아들여지면 감점으로 동점, 골든라운드에 돌입한다. 주심은 이미 영상판독신청 가능 시간이 지났고, 한 번 본 같은 장면이기 때문에 판독신청을 받지 않았다. 경기는 이때 홍 승으로 끝나는 게 정상적 상황. 그런데 주부심이 모이고, 한참이 지난 후 영상판독 심판이 전광판에 해당 장면을 다시 틀었다. 그리고, 판독을 번복해 기각을 선언한 후 테크니컬 포인트 2점을 다시 부여한다. 경기는 청 승으로 끝났지만 이긴 쪽도 진 쪽도 어리둥절한 상황.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2차 평가전 남자 –80kg급에서 벌어진 이 경기는 같은 학교 선후배 간 대결이다. 

 

[장면 2] 청 선수와 홍 선수가 함께 잡은 상태에서 서로의 뒤통수를 노렸다. 홍 선수의 발바닥만 청 선수의 뒤통수에 닿았고, 두 선수 함께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주심은 넘어진 상황에 대한 감점을 양 선수 모두에게 주지 않았고, 경기를 속개하려 했다. 이때 청 세컨드가 잡고 찼으니 양 선수에게 모두 감점을 주고 홍 선수의 득점은 빼달라고 요청했다. 주심은 못 봤다고 하거나 안 잡았다고 하면 그만이고, 또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경기를 속개해도 되는 상황. 문제는 여기서부터. 주심이 청 세컨드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같이 잡았어!” 청 세컨드는 주지 않은 감점에 대해 감점을 달라고 영상판독을 신청할 수 없는 상황. 경기는 이어졌고, 역전을 허용한 청 선수가 패했다. 4강 진출 선수까지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출전 자격을 부여하는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 –74kg급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장면 3] 청 선수의 발이 홍 선수의 몸통을 향한 후 발을 내리다 상대 선수의 무릎을 밟은 후  그대로 다시 발을 올려 몸통을 공격한다. 고의 여부를 떠나 홍 선수는 비명을 질렀고, 이때 주심은 경기를 중단한 후 청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해”라며 사과를 요구한다. 홍 세컨드는 “반칙이면 감점이고, 아니면 그냥 하면 되지, 경기규칙에 사과가 어디 있느냐? 감점을 줘라”며 항의한다. 경기는 속개 되었고, 승자는 청. 경기가 끝난 후 홍 세컨드는 계속 항의했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경기운영본부는 항의가 과도하다며 지도자에 대한 징계를 언급했지만 결국 징계는 하지 못했다. 주심은 나중에 홍 세컨드에게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선수권 파견 국가대표선발 1차 평가전 남자 –74kg급서 벌어진 일이다.

 

[장면 4] 여자 –62kg급 경기가 끝난 후 홍 세컨드가 전자호구와 관련해 항의를 시작했다. 기자석까지 찾아와 전자호구에 대해 계속 문제 제기를 했고, “진짜 이렇게 경기하다가 우리 다 한 번에 훅 간다”라며 퇴장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없는 ✕✕, 당장 잡아와. 징계 줘”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당시 국가대표 1,2차 예선전과 최종선발전, 그리고 세계선수권 평가전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전자호구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전자호구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는 늘 있는 일이지만 당시는 워낙 유난해 선수와 지도자뿐만 아니라 대한태권도협회(KTA)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같은 회사, 같은 모델의 전자호구임에도 불구하고 ‘렌탈업체를 바꾸면 나아질까?’라는 웃픈 얘기까지 오가던 상황이었다. 징계는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계선수권 파견 1차 평가전에서 벌어진 일이다. 

 

[장면 5] 남자 –63kg급 경기가 끝난 후 홍 세컨드가 잡고 찬 뒤통수 발차기에 대해 항의를 이어갔다. 엎치락 뒤치락 하던 3회전 경기서 청 선수는 연속적인 뒤통수 발바닥 공격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승리했다. 홍 세컨드는 “언제까지 경기 이렇게 할 거냐”며 목소리를 높여 항의한 후 퇴장했다. 앞선 다른 체급 다른 경기에서는 주던 감점을 왜 이번 경기에서는 안 주느냐는 항의였다. 문제는 ‘잡고 찼냐? 잡고 차지 않았냐?’가 아니다. 판정 일관성에 관한 문제다. 이 부분은 심판들에게도 큰 고충이 있다. 지도자에 대한 징계 얘기는 또 나왔다. 그러나 징계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파견 1차 평가전서 벌어진 일이다.

 

[장면 6] 홍과 청이 모두 영상판독을 신청했다. 관심은 코트로 몰렸다. 평소와 달리 판독이 길어지자 뒤에 앉아 있는 겨루기 기술위원회 의장이 “왜 이렇게 길어지냐?”며 두세 차례 재촉을 했고, 심판위원장이 보다 못해 판독석 쪽으로 향했다. 무언가 몇 마디가 오고가려는 상황.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의장이 심판위원장을 향해 “야, 위원장. 너도 말하지마. 너 이리 나와”라고 소리쳤다. 시간은 걸렸지만 판독은 정확하게 이루진 것으로 보였다. KTA는 기존의 대회위원회에서 기술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의미는 대회장의 일원화된 지휘 체계 확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판독은 현재 심판부에서 맡고 있고, 심판위원장이 통할한다.

성재준 사무총장(오른쪽)이 전자호구 신뢰성에 항의하는 함준 감독(왼쪽)을 꾸짖고 있는 장면

[장면1]은 해당 경기가 끝난 후 다음날 저녁까지도 문제의 심각성을 겨루기 기술위원회 내부에서는 당사자들을 제외하고 심판위원장을 비롯해 누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선수도 지도자도, 관중석에 있던 사람들도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지만 어디서도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승자가 바뀐 것도 그렇지만 최소한 기술위원회, 특히 심판부는 파악이 되어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문제가 생기면 안된다는 강박과 대한체육회 전임심판들의 고과평가 문제 등이 얽혔다. 유야무야 넘어갈 뻔했지만 뒤늦게 사실이 밝혀졌고, 징계절차를 밟았지만 그 징계가 정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장면2]는 코트에 들어가지 않은 한 명의 부위원장급 심판과 고참급 심판에게 시기를 달리해 물어봤다. 두 심판 모두 이해할 수 없고, 이상한 판정이라고 답을 내놨다.   

 

[장면3,4,5]는 과연 KTA가 지도자들의 그 정도 항의도 징계를 먼저 언급할 정도로 경직되어 있는 조직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살펴볼 장면이다. 해당 경기와 대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 본 입장에서 항의의 정도를 다룰 수 있을지언정 원인이 잘못된 항의라고 치부하고, 징계를 먼저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  

 

[장면6]은 현재 기술위원회에서 의장과 심판위원장, 그리고 심판부를 둘러싼 우려를 그대로 드러낸 장면이다. 반영호 위원장은 “그건 원래 현수형이 그전부터 얘기한 것이다. 심판위원장이 가서 뭐라고 말을 하면 관중석에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가서 있다 보니 그렇게 말한 것이다. 원 뜻은 그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원화된 기술위원회 체계, 혹시 모를 오해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 등 이해할만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가르마를 내주거나 최소한 상황은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심판위원장 역할이라는 점에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0월 말, 김석중 심판위원장이 ‘심판위원장의 역할에 의미가 없다’는 변과 함께 사퇴한 후 반영호 심판부위원장이 심판위원장으로 올해 1월 4일 위촉되었다.

KTA는 또 대회위원회 체제가 현장의 일원화된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술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의장 체제로 틀을 바꾸었다. 김현수 본부장이 임기를 이어 의장을 맡았다.

반영호 위원장의 위촉은 일견 세대교체 혹은 파격 발탁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심판부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반발이 일었다. 반 위원장보다 심판 경력이 오래된 고참급 심판 및 일부 부위원장급에서는 더 이상 심판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도 들려왔고, 또 반 위원장 선임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는 측도 있었다.

양 회장은 이와 관련해 “반영호 위원장이 말이 없고,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과연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지, 거기에 연차도 좀 적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평소 부위원장으로도 인정을 못 받았고, 자기 계파도 없는 사람이라 고참 심판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걸 본인이 어떻게 극복하고 역할을 하느냐는 본인의 몫이다. 잘못하면 의장과 심판위원장 모두 실패하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현수 의장과 반영호 위원장과의 관계 설정, 반영호 위원장 선임에 대한 심판 내부의 반발은 실제 일부 현실화 되었다. 과거에는 관례처럼 이루어졌던 일들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으로 현 체제에 반발하는 심판들의 입을 통해 밖으로 전달되었다. 

또, 올해 대한체육회 전임심판 10명 중 20%인 2명을 심판 고과평가 등에 따라 교체하겠다고 양진방 회장이 수차례 공언했고, 윤곽도 나왔지만 지난해 고과평가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심판부 내부에서 제기되며 이마저도 내년으로 미뤄져 일선에서는 의문이 쌓였다.

심판부 내부의 심판 정치를 굳이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 사회 곳곳 어디에나 크고 작든 정치는 있기 마련이고, 지금의 진통이 겨루기 기술위원회, 특히 임원장인 사무총장과 의장, 그리고 심판위원회와 심판 개개인들의 긍정적 변화로 가는 과정일수도 있다. 또 그 과정이 먼 미래에는 불완전하더라도 심판부 독립의 목표로 다가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판으로서 반영호 위원장의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것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수 있다. KTA든 세계태권도연맹(WT)이든 실제 경기규칙과 판정에 대한 정확한 해설이나 판단은 위원장이 아닌 해당 분과 및 위원회의 테크노크라트들에 의해 보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이 모든 일들을 개별적인 사안으로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사실 양진방 회장이 당선된 후 겨루기 경기장에 긍정적 변화를 주기 위해 공언한 약속들은 첫 인사부터 어그러지며 과녁을 벗어났다.

기준과 방향은 옳게 잡았지만 태권도계의 복잡한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에 쏠려 스스로 공언한 세대교체나 전문성의 관점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인사를 하지는 못했다. 불가피한 측면을 십분 이해하더라고 그 실망의 정도는 걸었던 기대에 비례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와 지도자가 주인공이 되는 대회장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방향은 달리 갔다. 성재준 사무총장과 김현수 의장은 소통보다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 자체를 우려해 강경책으로 판정이나 판독에 대해 항의하는 지도자들에 대해 징계를 내세웠다. 겨루기 경기장은 생기를 잃고 경직되는 한편, 지도자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심판들은 위축되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정치적으로 경도된 지도자들과 일부 임원들의 행보가 도드라졌다.

회장으로서 약속한 대회장 변화의 공언이 인사 메시지에서 뭉개지면 현장에는 당연히 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회장은 자신의 메시지가 자신이 선임한 인사를 통해 현장에 잘 전달되고, 현실화되기를 바라겠지만 모두가 ‘양진방 회장’은 아니다.

현장에서 지도자들이 설명을 요구할 때마다 나오는 대답이 늘 “회장님의 뜻이다”라는 말만으로 설명되어져서는 안된다. 사무총장은 사무총장대로, 의장은 의장대로, 위원장은 위원장대로 그 뜻에 상응하는 논리가 있어야 하고, 설사 회장의 뜻이라도 현장에서 무리가 있으면 과감하게 고언해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회장의 얼굴만 쳐다보고, 문제가 생기면 안된다는 강박에 매몰되어 소통이 아닌 보수적 강경책으로 사안을 대하고 있다. 

종별선수권이 열리고 있는 영천 실내체육관에서 양진방 회장이 기술위원회를 격려하고 있는 장면.

양진방 회장 임기 2년차. 최근의 개별적 문제들이 양진방 회장 체제를 소용돌이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 이런 일들을 방치해서도 안된다. 회장의 메시지가 인사를 통해 임원과 위원들, 심판과 지도자, 선수 모두에게 적절히 전달되어야 하지만 최근의 판정 실수와 판독 번복, 잦은 징계 언급의 배경을 진단해보면 개별적 사안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인사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지만 메시지만큼은 대회 현장에서 다시 살릴 수 있는 조율이 필요하다.

깨진 창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수리하지 않으면 그곳에 쓰레기가 모이고, 도둑이 든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출처 : 태권도 신문

기사원문 : http://www.tkd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4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