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2.04.07 00:35
Opinion :백성호 종교의 삶을 묻다
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 부활절 인터뷰
부활절(4월 17일)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베이직교회로 갔다. 건물 바깥에는 십자가도 없고, 교회 간판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그곳에서 MBC 9시 뉴스 앵커 출신인 조정민(71) 목사를 만났다. 기자 출신이라서일까.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답(直答)하는 그에게 ‘기독교와 부활’을 물었다.
조 목사는 최근 생사의 기로에 섰다고 했다. “지난해 7월에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백신을 맞기 전이었다. 음압병동에 입원해 2주간 강제 격리됐다. 극심하게 앓았다. 폐의 90%가 섬유화됐다. 산소포화도가 88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 병원에서는 위독하다고 했다. “그때 코로나로 돌아가시는 사람들이 이해되더라. 숨을 쉴 수가 없으니까.”
지난해 코로나로 생사 갈림길에
“세상에 남겨진 이유 날마다 묵상”
유튜브 아침예배 구독자 10만명
“교회가 제도화하면 결국 무너져”
부활과 구원과 영생은 같은 개념
“창조주와 만나야 결핍감 사라져”
MBC 9시뉴스 앵커·기자 출신
조 목사는 퇴원 2주쯤 후에 강단에 섰다.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 코로나는 완치됐지만, 폐 손상으로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그의 설교를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강단에 올랐지만, 기침이 심하면 그냥 내려올 작정이었다. “막상 설교하는데 기침이 안 나오더라. 나도 깜짝 놀랐다. 40분가량 설교를 하고 내려왔다. 제게는 기적이었다.”
지금도 조 목사는 자신이 이 세상에 남겨진 이유를 날마다 묵상한다. 유튜브 채널 ‘베이직교회’는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는다.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30분간, 아침 예배를 유튜브 라이브로 방송한다. 베이직교회 예배실에는 방역 지침에 맞춰 30~40명이 앉아 있지만, 실시간 유튜브 예배에는 3500~4000명이 들어온다.
최근 교회 집회 참석차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갔다가 “저희는 베이직교회 성도입니다”라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침마다 베이직교회 유튜브 라이브 예배에 참석한다고 했다.
그리스도를 드려내는 게 신앙
조 목사는 “신앙은 첫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가야 할 그리스도라는 궁극적 방향을 잃어버리면 교회도 종교적 이익집단화가 되고 만다. 종교의 본질은 결국 ‘본질로 돌아가자’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돈·권력·건강 달라고 기도하면 되나
조 목사는 구원과 부활이 동일한 개념이라고 했다. “구원과 부활과 영생은 동일 선상의 개념이다. 그러니까 다시 플러그 인 되면 우리는 다시 무한한 생명에 연결된다. 그게 부활이고, 구원이고, 영원한 생명이다.” 그는 그걸 “부활 생명”이라고 불렀다.
조 목사는 “우리는 기도할 때 자꾸 돈이나 권력이나 건강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활 생명이다”고 말했다. “교회를 다녀도 부활 생명이 없다면 부족한 교회가 되지 않겠나. 기독교인인데도 부활 생명이 없다면 얼마나 안타깝나. 본인은 크리스천인 줄 알고 살아가지만, 사실은 비기독교인인 셈이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믿음이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조건부 관계다. 부모는 자녀에게 바라는 욕구가 너무 많다. 자신의 삶에서 겪은 부족과 결핍을 자녀를 통해 충족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부모의 사랑은 대개 조건부 사랑이다.
조부모의 사랑은 다르다. 나도 3년 전에 첫 손녀를 봤다. 손녀에게는 아무런 기대가 없더라. 그 기대가 없다는 게 너무나 중요하더라. 기대가 없으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자와 손녀에 대한 조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 사랑이다.
세상 부모들이 자녀에게 이런 사랑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부모가 조부모처럼 자녀를 사랑한다면, 가장 행복한 가정이 되지 않을까. 이걸 조부모가 아닌 부모일 때 깨닫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부활 생명’이 중요하다. 이걸 아는 사람은 삶에 대한 결핍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럼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사랑도 달라지지 않겠나. 조건부 사랑보다 무조건적 사랑에 더 가까워지지 않겠나.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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