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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돈 벌게 `유통개혁` 착수…쿠팡·마켓컬리와 경쟁할것

KBEP 2020. 9. 27. 22:38

말단사원서 시작 반세기 농협 지킨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농촌농협이 생산한 농축산물
도시농협이 열심히 팔아줘야

제로금리 시대 신용사업보다
경제사업이 더 잘나갈 가능성

  • 정혁훈 기자
  • 입력 : 2020.09.27 17: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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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농협 동탄유통센터에 위치한 하나로마트.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에 새로 문을 연 대형 하나로마트 입구가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수도권 지역 농협 조합장들이 대거 모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이들이 반갑게 맞이한 사람은 바로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71). 격의 없이 나누는 인사가 마치 오랜 친구들 사이처럼 느껴졌다.

이들이 이 회장을 반긴 건 이유가 있었다. 이 회장은 1988년 농협중앙회장이 선출직으로 바뀐 이후 경기 지역에서 배출한 첫 농협 회장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조합장을 맡았던 성남 낙생농협은 지금이야 도시가 됐지만 판교 개발 이전만 해도 완전 농촌이었다. 이 회장이 1971년 낙생농협에 처음 들어가서 한 일도 각 농가에 비료를 나눠주는 일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는 `농촌농협`과 `도시농협`을 두루 경험한 첫 회장인 셈이다. 그가 농업계로부터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유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려는 것일까. 이 회장은 이날 자신을 응원하러 나온 조합장들과 가진 짧은 티타임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서로 인사만 나누기도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그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 회장은 "농협이 인정받으려면 조합장들이 아픔과 고통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이 달라지려면 유통부문 개혁이 절실한데, 그 과정에서 도시농협 조합장들이 확실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유통이 잘 돼야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취임 8개월째를 맞이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그가 그리는 미래 농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협 신입 직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50년간 농업을 지켰다. 지금의 한국 농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을 유지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농법을 도입하거나 새로운 귀농 인력을 확보하거나 아니면 청년들을 끌어들이거나 해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농가소득 중에서도 농업소득을 늘리는 쪽으로 우리 농업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농업소득을 중시하는 이유는.

▷작년 평균 농가소득이 가구당 4118만원이었지만 그 중에서 농업소득은 1026만원으로 25%에 그쳤다. 나머지는 농업 외 소득과 이전 소득 등이다. 농가소득은 지난해 일시적으로 감소한 걸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농업소득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농민들이 본연의 일에서 소득을 늘리지 못하면 농업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농업소득이 늘어나야 농촌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농업소득을 늘리는 데 농협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농산물 유통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유통 개혁 얘기를 많이 했었지만 그게 제대로 되지 않아 농협이 농민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농협이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유통 개혁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유통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올해 우리 농민들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나를 먼저 생각해보자. 봄에 꽃이 필 무렵에는 냉해를 입었고, 특정 지역에서는 우박 피해도 있었다. 여름에는 역대 최장의 장마로 폭우 피해도 많았고, 막판에 태풍까지 연이어 덮쳤다. 이런 상황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상시화할 가능성이 높다. 농민들의 재배 환경이 갈수록 나빠질 수 있다는 거다. 농협이 유통 개혁을 통해 농민들이 판로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유통개혁을 통해 농산물 판매는 농협이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유통 개혁 방향은.

▷우선 코로나19로 더욱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 추세에 농협도 올라타려고 한다. 이미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이커머스 기업이나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들이 농산물에 대한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다소 늦었지만 농협도 이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것이다. 올해 농협중앙회 안에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해 온라인 비즈니스를 총괄하게 한 것도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농협의 온라인 유통 강화 전략은.

▷농협 하나로마트 이용 고객 중 젊은 층 비율이 다른 대형 할인점에 비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은 젊은 층이 비대면 거래를 주도하는 만큼 농협 온라인 쇼핑몰은 젊은 층이 찾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다. 특히 고품질의 국산 농산물에 있어서는 농협의 조달 능력을 따라갈 곳이 없다고 자부한다. 올해 말 아니면 늦어도 내년 초에는 획기적으로 달라진 농협 온라인 쇼핑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농협과 농촌농협 간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농협이 농민이나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도시농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도시농협은 농촌농협에서 생산해 오는 농축산물 판매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농촌농협에서 생산한 걸 도시농협이 적극적으로 팔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농촌농협 경영이 좋아지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도시농협이 신용사업만 잘해서는 농협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그래도 농협 입장에서는 신용사업이 캐시카우 아닌가.

▷도시농협이 신용사업으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제로금리가 현실화하면서 예대마진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그런데도 판매관리비는 늘고 있다. 신용사업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이제는 농협이 경제사업 때문에 다른 금융사들에 비해 유리한 지위를 점할 때가 올 것이다. 앞으로는 농협이 경제사업으로 돈을 벌어 신용사업을 지원해야 할 수도 있다.


■ 청년농에 스마트팜 우선 보급…귀농 촉진 위해 금융지원 확대
농협大에 스마트팜 실증단지…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바람직


―새로운 농법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농민들이 지금보다 노력을 덜 들이고도 고품질의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좋은 스마트팜을 보급하는 역할을 일정 부분 농협이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젊은 사람들이 농업에 더 많이 진출하고, 귀농하려는 사람도 더 늘어날 것이다.

―스마트팜 확산 계획은 무엇인가.

▷농협대학 안에 `농협형 스마트팜`을 설치해 농민들 견학 장소로 활용할 생각이다. 여러 가지 스마트팜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트롤리 컨베이어 방식`도 있다. 화분이 레일에 매달려 돌아가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노약자나 장애인이라도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신개념 스마트팜이다. 이런 스마트팜을 중소농과 청년농에게 우선 보급하고 향후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팜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스마트팜을 확대하려면 자금 지원도 필요할 것 같은데.

▷젊은 층의 귀농을 촉진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담보 제공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3000억원을 목표로 했는데, 현재 1300억원만 반영됐지만 매년 늘려갈 계획이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 농가 비중이 전체의 47%에 달한다. 10년이나 15년 뒤에는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농촌이 황폐화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젊은 층이 농촌으로 더 많이 들어오게 하려면 스마트팜 같은 새로운 농법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농협이 지원자 역할을 잘 해야 한다.

―농협중앙회장은 조합장 대의원회에서 선출한다. 이를 전체 조합장이 뽑는 직선제로 바꾸자는 견해를 밝혔는데.

▷간선제로는 농협 운영에 전체 조합장 의견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체 조합장의 다양한 의견을 농협 운영에 반영하려면 직선제가 필수다. 역대 중앙회장들이나 대부분의 조합장들이 직선제를 원해온 만큼 더 늦기 전에 농협법이 개정됐으면 좋겠다.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운영이라는 협동조합 원칙에도 직선제가 더 합당하다.

―어떤 농협 회장으로 남고 싶나.

▷농업과 농민, 농촌을 위해 정말 헌신적으로 일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농협이 일반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내 임기 동안에는 농협에 대한 일반 국민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꿔주고 싶다. 국민에게 정체성을 인정받는 농협을 만들고 싶다. 12만 농협 구성원들에게도 할 일은 했던 회장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

 

▶▶He is…

△1949년 경기 성남 출생 △장안대 세무회계학과 △성남 낙생농협 입사 △낙생농협 전무 △낙생농협 조합장(3선) △농협중앙회 이사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농협중앙회장

[사진 = 김호영 기자]

 

출처 : 매일 경제

기사원문 : www.mk.co.kr/news/economy/view/2020/09/997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