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M&A 전략] 국제 M&A로 기업을 키워야 하는 이유 | |
국제 M&A로 기업을 키워야 하는 이유
문홍배 산업은행 M&A 해외 M&A 팀장 _ moon2002@kdb.co.kr 지난 7월 30일,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잉거솔랜드(Ingersoll Rand)의 3개 사업 부문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한다는 기사가 국내외 신문을 장식했다. 이 거래가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거래금액이 총 49억 달러로 지금까지 국내 기업이 추진한 해외 M&A 중 가장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또 이로 인해 두산인프라코어가 생산 및 판매 네트워크, 브랜드, 기술, 시장을 단숨에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거래가 한국 기업들을 국제 M&A 시장에 진출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신성장동력 확보, 신시장 개척에 더없이 효과적 M&A는 단순히 기업의 인수 또는 합병을 뜻할 수도 있고, 넓게는 회사 자산의 분할 매각, 전략적 제휴, 합작투자로까지 확장할 수도 있다. 즉 기업의 경영자원에 대한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행위를 M&A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M&A가 최근 들어 더욱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세계 경제환경이 급변하면서 M&A의 유용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갈수록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경을 초월하는 무한 경쟁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핵심 사업의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게다가 선진국이나 개도국 기업 모두 상품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천연자원 등 요소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격렬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발빠른 블루오션 개척이나 외형상의 성장을 위해 단기적인 성과를 희생시킬 정도로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들이 M&A를 기업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핵심적인 전략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들은 M&A를 통해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그 유용성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M&A는 기업의 성장수단으로서 신성장동력이나 신수종사업 확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시장의 포화로 성장이 정체되거나,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면 신성장동력이나 신수종사업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때 M&A를 활용한 성장전략을 택하면 인적·물적 경영자원 부족 문제를 발생시키지도 않고 시장 내 기존 기업들과의 마찰도 최소화하며 신속하게 해당 기업을 시장에 진입시킨다. M&A를 통한 성공적인 성장동력 확보의 예로 일본의 도시바를 들 수 있는데, 도시바는 영국의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함으로써 원유가격 급등과 지구온난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원자력발전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다음으로 M&A는 신시장 확보나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M&A를 통해 기존 시장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시장 내 경쟁업체를 인수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시장 과점에 따른 수익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영국의 보다폰은 에어터치와 만네스만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영국과 독일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두산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OB맥주를 인수한 벨기에의 맥주업체 인터브루는 헝가리, 크로아티아, 한국, 미국, 중국 등의 기업을 연달아 인수함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신흥시장으로까지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밖에 M&A는 원천기술이나 브랜드 확보를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제약회사간의 M&A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위험부담 등이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보다는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M&A의 또 다른 특징은 국제 M&A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해외 생산거점과 시장 확보, 원천기술 획득, 자원 확보 등을 고려할 때 국제 M&A를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국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선진국 기업뿐만이 아니다. 중국, 인도 등 후발개도국 기업들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매우 공격적으로 외국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레노버의 IBM PC 사업부문 인수, 차이나일렉트로닉스의 필립스 휴대폰 사업부 인수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패의 위험도 커 그러나 이러한 유용성이 있긴 하지만 M&A는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기대감이 큰 만큼 실패할 위험도 높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베인 앤 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M&A에서의 성공 확률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패 요인으로는 통합 과정에서의 장애 요인 과소평가, 시너지 과대평가, 통합 경영진의 팀워크 구축 실패, 실사과정에서의 핵심이슈 발견 실패, 무리한 계약 추진 등이 꼽혔다. 그러면 M&A의 유용성은 충분히 활용하면서 실패의 위험은 낮추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첫 번째는 명확한 기업의 비전과 전략 수립이라고 할 수 있다. 비전이나 전략 수립 없이 단순히 좋은 기업이 있으면 인수한다는 생각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런 경우 막상 인수 경쟁이 시작되면 인수 성공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되어 무리한 인수 가격을 제시하거나, 인수 후 경영전략 또는 통합전략의 부재라는 M&A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철저한 실사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국내 M&A 과정에서는 보통 실사를 회계실사, 법률실사, 세무실사 등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후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대상 기업을 많이 알면 알수록 M&A 실패 위험은 낮아지므로 전략, 인사, 영업, 경쟁 상황,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실사를 하고 인수기업의 경영전략과 연계하는 방안이나 인수기업과의 통합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제 M&A 시장에 진입할 호기가 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상시적으로 M&A 대상을 탐색하고 소규모의 M&A 거래 경험을 축적하도록 한다. M&A 실패 확률을 낮추려면 소규모의 M&A 거래를 통해 경험과 역량을 축적하고 경영시스템을 그에 맞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 M&A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할 전략이므로, 내부에 M&A팀을 구성해 상시적으로 M&A 대상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또 M&A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투자은행·회계법인·법무법인 및 컨설팅 회사 등과 정보 교류 채널을 유지하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내의 풍부한 유동성, 원화 강세 및 세계 경제의 하강 가능성 등으로 우리 기업이 국제 M&A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국제 M&A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긍정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에도 우리 기업들이 국제 M&A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갇혀 움츠리고 있다면 그것은 개별 기업에게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로 국제 M&A의 새 장을 열어가는 제2, 제3의 두산그룹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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